이대호는 3일 서울시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배려 속에 메이저리그 도전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의 도움 속에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적인 야구 인생을 살았다"고 잠시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본 뒤 "이제 나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지금이 메이저리그 꿈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울 때다"고 설명을 더했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이대호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로 시선을 돌렸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한국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11년까지 1천150경기에 나서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올리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다.
2010년에는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570경기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올렸다.
투고타저가 지배하는 일본프로야구 상황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 퍼시픽리그 최강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해 우승의 한을 풀었고, 지난달 29일 끝난 2015 일본시리즈에서는 16타수 8안타(타율 0.500) 2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이대호는 2013년 말, 소프트뱅크와 2+1년 최대 20억엔(약 203억원) 수준에 입단 계약을 했다.
추가 '1년'은 이대호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였다.
이대호는 "이틀 전에 소프트뱅크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소프트뱅크의 배려 속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며 "만약 메이저리그와 계약에 실패하면 소프트뱅크와 다시 계약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 진출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에 잔류한다면 6억엔(약 53억원)의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대호에게 이보다 적은 보장 금액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나는 신인이다"라며 "프로에게 돈은 자존심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지금은 나를 원하는 팀, 내가 뛸 수 있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대호와 함께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는 좋은 자극제다.
이대호는 "추신수가 미국에서 많이 고생하며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나도 한국과 일본에서 고생을 했다"며 "추신수는 성공할 줄 알았다. 나도 추신수와 함께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대호에 앞서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는 2일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신청하며 미국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대호는 FA로 이적료(포스팅 비) 없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1루수가 동시에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건 무척 흥미롭다.
이대호는 "박병호와 동시에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고 해서 서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 다 좋은 결과를 얻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같이 활약하면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박병호는 정말 훌륭한 후배다. 메이저리그에서 당연히 관심을 보일 것이다"라고 후배도 응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대호는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합류하고자 대표팀 숙소로 이동했다.
이대호는 "나는 야구선수다. 지금은 특별히 한국을 대표해 뛰는 국가대표 선수"라며 "당분간은 야구에만 집중하고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선호하는 리그나 구단은 없다"고도 했다.
이대호의 에이전시는 유명 에이전트 댄 로사노가 2010년 설립한 MVP 스포츠그룹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앨버트 푸홀스, 카를로스 벨트란, 조이 보토, 지미 롤린스 등 대형 선수를 보유한 회사다.
'빅보이' 이대호가 '빅리그'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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