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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업계에 한 잔에 1리터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장기 불황 속에 가격과 품질을 넘어, '양'으로 승부하는 업체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사용하던 350ml 사이즈를 약 600ml 사이즈로 키운 '더벤티(THE VENTI)'와 '빽다방(PAIK's COFFE)' 등 대용량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커피와 디저트 음료 양은 두 배 커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절반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밥 값보다 비싼 커피를 사먹기 꺼려했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리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용량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는 약 1리터 용기를 전 메뉴에 적용한 업체도 등장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기존 대용량 커피 프랜차이즈와 같지만 양은 약 1.5배가 늘어났다.

커피 한 잔을 1리터 규모의 용기에 담아 제공하는 '더리터(THE LITER)'는 부산대학교 지하철 역 인근에 1호점을 개장한 뒤 3개월 만에 약 20건이 넘는 가맹점 계약을 성사시켰다. 업체는 부산지역 대학가 주변과 상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전남 광주, 충남 천안 지역에도 자리잡았다.

'더리터'는 양과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신뢰를 얻기 위해 "재료비를 높여 고급 원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대신 유통 단계를 최소화 시켜 이윤 구조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에 둔감해진 소비자가 음료를 과다 섭취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그릇' 또는 '용기'에 따라 인지하게 되는데 그 안에 담긴 '양'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고카페인이나 고열량 음료를 오버사이즈로 너무 많이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과다섭취 하게 되고, 이는 비만 또는 카페인 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게 용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가격대비 양을 보고 대용량 제품을 선뜻 구매하지만 남기거나 다 쓰지도 못하고 결국 내다 버린다면 결코 '싸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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