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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解] 햄·소시지 파동이 남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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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5 21:30:01 수정 : 2015-11-05 21: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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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과 적색육을 각각 1군, 2A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후 논쟁이 뜨겁다.

IARC 발표에 따르면 가공육(햄 소시지 베이컨 등)은 매일 50g 먹는 만큼 암 발생률이 18%, 적색육(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은 매일 100g 먹는 만큼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는 것이다. 어떤 집단 1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고 있었는데, 이 집단 사람들이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는다면 1.18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가공육·적색육과 가장 관련 있는 암은 대장암이다. 1군의 의미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확실하다는 것이고, 2A군은 동물실험 자료는 있으나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때 내리는 판정이다. 이번 IARC 발표는 먹느냐 마느냐를 이분법적으로 판정하기보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양적(확률적) 가이드라인으로 보는 게 맞다. 모르고 많이 먹었을 경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구 결과가 이러니 참고하세요’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 자체로 약과 독인 것은 거의 없고, 식품도 먹는 양이 중요하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둘다북스 대표
우리나라는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하루에 가공육 6.0g, 적색육 61.5g을 먹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합한 67.5g은 일부 선진국이 제시한 가공육과 적색육을 합한 하루 총섭취 권고량 70g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치만 보고 IARC 발표를 간과해서도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라면 30만달러인 사람도 있고 3000달러인 사람도 있다. 평균 섭취량만으로 위해성을 평가하면 통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은 평균보다 더 많은 가공육을 먹고 있고, 10~49세 남성은 외국의 권장량보다 더 많은 적색육을 먹고 있다. 청소년의 식습관은 평생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중과 평균적인 위험을 놓고 얘기하면 남의 일이라는 ‘낙관적 편견’에 빠질수 있음을 기억하자.

먹는 양만 가지고 위해성을 논하는 것도 문제다. 가공육에는 유통기한을 늘리고 맛을 높이기 위해 각종 첨가제가 들어간다. 훈제는 소금에 절인 고기를 연기에 익혀 말리면서 연기 성분이 흡수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연기는 발암물질 백화점이고, 과도한 소금 섭취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다. 소시지나 햄 등에는 식중독을 예방하고 붉은색을 내기 위해 아질산염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적색육은 조리방법이 중요하다. 직화구이로 먹으면 가장 위험하다. 불에 굽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불에 직접 굽거나 튀기기보다 삶거나 쪄먹는 게 훨씬 안전하다. 고기를 먹을 때 채소를 곁들이면 체내에서 발암물질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IARC 발표에 대해 위해성 논쟁만 벌이다 그친다면 별로 얻을 게 없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한 맞춤형 소통방안을 마련하고, 산업계는 가공육을 만들면서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은 건강에 해가 적은 고기를 선택하고 어떻게 먹을 것인지 등 식습관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둘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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