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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흥’ 되찾은 장터… 먹거리·구경거리·이야깃거리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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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7 06:00:00 수정 : 2015-11-07 10: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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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시장 나들이’ 어때요 서울 성북구를 흐르는 정릉천변에 자리 잡은 전통시장인 정릉시장.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했던 이곳이 2주마다 시끌시끌해진다. 매월 2, 4주 시장 주변에서 ‘개울장’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역예술가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수공예품이 판매되는 벼룩시장이 서고, 지역 내 도시농업의 결실인 채소도 구입할 수 있다.

시장 옆을 흐르는 개울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개울가 다리 밑에서는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길거리 가수의 음악을 듣는다. 개울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야외도서관도 꾸몄다. 시장 옆 정릉천변에는 놀랍게도 캠핑장까지 마련돼 있다. 이런 이벤트공간에서 앉아 시장 맛집들의 먹을거리를 사다 먹으며 주말을 즐긴다. 우리가 오랫동안 잊었던 풍경이 되살아난다. 온갖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했던, 가는 것만으로 설레던 시장의 모습이다. 전통시장이 서민들의 놀이터이자 문화공간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서울 정릉시장 ‘개울장’ 이벤트.
◆문화콘텐츠로 부활의 날갯짓


정릉시장의 이 같은 프로젝트는 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인, 주민 및 30여개의 지역단체, 인근 대학들의 협력한 결실이다. 장이 설 때마다 5000명 남짓의 일반 방문객이 방문해 얼어붙은 전통시장의 경기를 푸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시장의 한 상인은 “예전에는 대형마트 때문에 시장에서 손님을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언급하며 “개울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여전히 손님이 없는 편이지만, 전통시장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있어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시장에 문화가 돌아오며 희망도 함께 돌아오고 있다.

서울 암사종합시장 ‘비어(Beer)채워’
서울 암사종합시장도 시장에 문화의 향기를 덧입혀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는 곳이다. 도시의 여느 시장처럼 인근 대형마트 때문에 고전하던 이곳은 2012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후 변화를 시작했다. 시장 내에 각종 문화행사를 즐길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서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상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벤트를 열었다.

시장을 가로지르는 길인 반달로에서 펼쳐지는 벼룩시장인 ‘반달장’, 시민과 상인이 함께하는 문화공연인 ‘비어(Beer)채워’ 등이 펼쳐지며 암사종합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만끽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암사종합시장은 주민과 시장상인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을 아예 시장 내에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시장 상가건물 내에 문화쉼터 ‘마실’을 연 것.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함께 모여 사는 이야기를 하고 정을 나눈다. 부모님과 함께 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독서를 하거나 쉴 수 있도록 독서대, 놀이방 등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통시장과 문화의 결합은 국내 대표적인 대형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는 침체된 경기 속에 시장의 문화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예술복덕방’, ‘인형인’ 등 예술단체와 적극적으로 힘을 합쳤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시장 내에서 펼쳐진 ‘예술장 프로젝트’다. 매주 수요일마다 다양한 거리공연이 이어진 ‘예술장 프로젝트’는 남대문 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메르스 여파로 불황에 빠진 시장 상인들에게도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지역축제와의 결합으로 시너지 내

지역의 명물축제와 적극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전통시장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역 축제가 가진 콘텐츠의 힘이 전통시장 특유의 푸근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축제의 맛을 배가시킨다.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이 만나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 강원도 양양의 양양전통시장은 설악산과 동해바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끼고 있는 양양지역 축제의 메카로 자리 잡은 공간이다. 봄에는 산나물, 가을에는 송이축제가 이곳을 중심으로 열려 향긋한 냄새가 시장을 채운다. 올해는 양양의 대표적 여름축제인 ‘남대천연어축제’까지 끌어안았다. 계절마다 다른 테마로 축제가 펼쳐지는 셈이다. 축제가 없는 기간에는 시장아케이드에서 영화상영, 문화예술공연 등을 펼치며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 잡은 뚝도시장 역시 지역축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시장이다. 뚝섬의 랜드마크로 한때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으로까지 꼽히던 이곳은 인근에 대형마트들이 속속 생겨나며 급격히 침체됐다. 이곳에 지난 10월 ‘사냥축제’가 열렸다. 뚝섬 지역이 과거 조선시대 왕들의 사냥터였던 점에 착안해 연 행사다.

축제의 일환으로 성동구의 대표적 문화행사인 조선 태조 이성계의 사냥 행차가 펼쳐지기도 했다. 10월 말에는 한강변이라는 입지조건을 이용한 이색축제도 개최했다. 서해바다 연평도에서 잡은 활어를 한강을 이용해 공수, ‘활어축제’를 연 것. 풍어제와 각종 문화이벤트가 열리며 침체됐던 뚝도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충북 음성전통시장 ‘품바 축제’
지역 대표 축제의 콘텐츠를 시장 문화콘텐츠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장도 나타났다. 충북 음성 지역 전통시장들은 이달 초 연이어 시장 내에서 품바공연을 열었다. 품바는 음성의 대표축제인 ‘품바축제‘의 대표콘텐츠다. 꽃동네 설립의 계기를 마련한 ‘거지성자’ 최귀동을 기리는 축제인 ‘품바푹제’는 매년 3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인기축제다. 웃음과 해학이 가득한 품바 공연이 시장이라는 열린 공간과 만나며 전통시장 품바공연은 많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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