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부유한 산유국에서 외국인 가정부에 대한 끔찍한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뉴스위크 일본어판과 외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지난 10월 초 가정부로 일하던 인도인 여성이 고용주로부터 손목을 절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인 가정부 카스투리 무니라트남은 고용주에게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항의하며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감금됐다. 카스투리는 사리(몸을 감고 위쪽 끝을 어깨에 걸치는 인도 여성복)를 밧줄 대신으로 이용해 창문으로 탈출하려다가 들켜 오른쪽 손목이 잘렸다.
사우디에서 오른쪽 손목이 잘린 인도인 가정부 카스투리 무니라트남 |
이들은 어디까지나 피해자가 살아남은 경우다. 학대로 죽거나 도주하다가 사망하거나 고민하다가 자살한 사람도 많다고 인권단체들은 주장한다.
비단 사우디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동국가들에서 외국인 가정부 학대는 흔한 이야기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팔레스타인인 부부가 에티오피아인 가정부를 살해하고 화학 약품을 사용하여 얼굴과 지문을 없내는 사건도 있었다.
중동지역의 외국인 가정부는 대부분 주인에게 여권을 빼앗긴 월급을 압류된 휴식도 휴일도 주어지지 않고 하루 21시간 일한다. 이렇게 가혹한 근무 조건 속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가정부에 대한 학대와 착취는 발각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가 가정부에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로 꼽힌다. 아랍 국가들은 ‘카팔라’라고 불리는 근로계약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는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일을 바꾸지 못하고 고용된 곳을 떠나면 도피로 간주되어 체포돼 국외 추방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서는 고용주의 허가 없이 국외로 나오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 나라는 가정부를 노동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사우디는 2013년 가정부에게 하루 최소 9시간의 휴식과 주하루 휴일을 제공하고, 근속 2년 이상이면 유급 휴가를 인정해주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보호는 다른 직종에 비하면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다.
게다가 아랍국가에서 가정부가 학대를 호소해도 고용주가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기는 드물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경찰 수사와 재판 중에 가정부가 통역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다. 당국은 재판이 마무리할 때까지 피해 외국인 가정부의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해결에는 수년 걸릴 수도 있다. 외국인 가정부들의 비참한 상황을 바꾸려면 카팔라 시스템의 변혁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를 도구처럼 취급하는 고용주의 의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