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품격(차용구 지음·책세상·2만3000원)=우리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는 중세 기사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불의에 맞설 힘과 배짱을 갖춘 남자, 꽉 막힌 국면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할 수 있는 남자, 감정을 절제하며 언제나 강인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남자···.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12세기 말 프랑스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기사였던 실존 인물 아르눌 백작의 일생을 통해 그가 어떻게 남자로 만들어졌는지 살펴 본 역사서다. 주변인들과 관계가 그의 남성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한다. 이를 통해 남성성은 사회적 관심, 문화, 정치, 제도, 교육 등에 의해 학습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한국여성민우회 지음·후마니타스·1만3000원)=‘떠돌이 세입자를 위한 안내서’다. 셋방살이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모든 것을 담았다. 집을 구하는 순간부터 이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세입자들이 흔히 겪는 애환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동료 세입자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집주인과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묘책과 분쟁 시 주인을 제압할 법적 기준들, 집이 고장 났을 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 등을 담아 유용하다. 마지막 장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살 만한 집에 대한 희망사항’은 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제임스 롬 지음·정영목 옮김·섬섬·2만원)=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기원전 356년에 태어난 알렉산드로스는 20세에 왕위에 오른 뒤 동방 원정을 떠나 인도 북서부 인더스강 유역까지 세력을 뻗쳤다.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아우르는 드넓은 제국을 세운 그는 기원전 323년 6월 11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친족 중 남성으로는 지적 장애가 있는 이복형뿐이었고, 왕비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왕권을 틀어쥘 만한 뚜렷한 2인자도 없었다. 저자는 알렉산드로스의 영토 정복이 아니라 사후 벌어진 권력 투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미셸 보의 자본주의 역사 1500∼2010(미셀 보 지음·김윤자 옮김·뿌리와이파리·2만8000원)=500여년의 자본주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파리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자본주의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정치경제학의 발전, 민주주의 이념의 성립, 노동운동의 발전과 사회주의 사상의 전개, 경제 공황과 금융위기,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세계화와 과학기술자본주의의 등장 등과 연관지어 총체적으로 조망했다. 1980년 초판이 나온 후 그 사이 변화에 대한 분석을 보완한 2010년 제6판이 나오기까지 30년간 꾸준히 읽힌 책이다.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필립 후즈 지음·김명남 옮김·돌베개·1만5000원)=한때 미국 남부 저지대의 울창한 숲을 주름잡았던 흰부리딱따구리가 불과 한 세기 만에 자취를 감춰 버린다. 책은 흰부리딱따구리 멸종의 역사를 되짚으며 흰부리딱따구리를 손에 넣으려고 안절부절못했거나 새를 멸종 위기에서 구해 내려고 힘을 쏟았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관련자들을 다방면으로 인터뷰하고, 흰부리딱따구리가 맞닥뜨려야 했던 가혹한 운명을 1809년부터 현재까지 200년에 걸친 풍성한 서사로 재구성했다. 이 밖에도 자연보호 운동, 야생동물 보존 구역, 생태학 등의 개념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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