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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법불아귀(法不阿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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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13 21:03:13 수정 : 2015-11-13 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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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사안의 무겁고 가벼움에 따라 적용돼야 한다. 그래야 법정신이 현실에서 살아 숨 쉰다. 중국 한나라 문제(文帝) 때, 장석지(張釋之)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형옥을 관장하는 정위(廷尉)의 벼슬에 있었다. 어느 날 한나라 고조인 유방(劉邦)을 모시던 사당에 도둑이 들어 옥가락지를 훔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도둑을 장석지에게 넘겨 다스리게 했다. 장석지는 종묘의 옷과 물건을 훔친 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시(棄市·사형에 처한 뒤 시신을 시장 바닥에 버리는 형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문제는 화를 내며 말했다.

“짐이 그를 정위에게 넘긴 까닭은 그놈의 집안까지 멸하도록 하려던 것이었소.”

이에 장석지는 관을 벗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형벌이란 경중을 가려 처리해야 합니다. 지금 종묘의 물건을 훔쳤다고 하여 그 집안을 멸한다면, 고조의 능인 장릉(長陵)의 흙을 한 움큼이라도 훔쳐가는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떤 법을 적용하시겠습니까?”

문제는 한참 생각하더니 장석지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여겨 동의했다. 그렇다. 법은 무조건 ‘극형’만 적용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무질서와 방종을 부르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중용’은 “양 극단을 잡아 그 중간을 백성에게 쓰라(執其兩端 用其中於民)”고 가르치고 있다. 순임금이 명군이 된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치세나 배움, 법리 적용 등에서 양 극단을 이해하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공직자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고 하겠다.

김수남 대검 차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새 총장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중립과 공정성이 요청된다. “법은 귀족에게 아첨하지 아니하고, 먹줄은 휘어지지 않는다.(法不阿貴 繩不撓曲)” 법 적용은 권력자에게 아부해서 안 되고, 목수는 굽은 나무라고 먹줄을 구부려 그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한비자’의 충고다. 법치는 적절한 변혁과 더불어 공명정대함이 생명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法不阿貴 : ‘법 적용은 권력자에게 아부해서 안 된다’는 뜻.

法 법 법, 不 아니 불, 阿 아첨할 아, 貴 귀할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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