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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행복 위해 대의를 저버린 아버지

입력 : 2015-11-16 01:22:13 수정 : 2015-11-16 0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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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아비, 방연’ 26일∼12월 5일 공연
왕방연은 조선 초기 실존 인물이다. 조선 단종·세조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종 서거 240여년 후에 쓰여진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숙종실록’에는 왕방연이 강원도 영월에서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사약을 전하러 찾아간 기록이 나온다. 왕방연은 차마 사약을 건네지 못했다고 한다. 숙종 시절 쓰인 ‘장릉지’(莊陵誌)에 따르면, 왕방연은 단종의 유배 길도 호송했다. 국립창극단이 이 인물에 주목했다. 무거운 임무를 맡았음에도 생몰 연도조차 알려지지 않은 왕방연의 생애에 살을 붙여 팩션 창극 ‘아비, 방연’(사진)을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왕방연은 단종의 충직한 신하로 재창조됐다. 의금부도사인 왕방연은 딸의 행복을 위해 신념을 꺾는 아버지로 묘사된다. 그의 군권을 노린 한명회가 왕방연을 압박하고 회유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불운한 어린 왕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대의를 저버린 신하의 이야기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

창작은 부부 예술인 한아름 작가·서재형 연출이 맡았다. 이들은 2013년 화제가 된 창극 ‘메디아’를 손잡고 만들었으며 뮤지컬 ‘주홍글씨’ ‘왕세자 실종사건’ ‘호야(好夜)’,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로 호흡을 맞췄다. 국악계 스타 박애리는 작창으로 참여한다. 박애리는 국립창극단원 시절 창극 ‘메디아’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배비장전’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작창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극장 측은 “박애리는 탁월한 캐릭터 분석력을 가진 데다 다양한 장르와 협업에 열려 있어 판소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짜는 작창에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인공 왕방연은 29세의 최호성이 연기한다. 최호성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변강쇠를 매끄럽게 소화했다. 딸 소사는 오디션으로 뽑힌 13세 박지현이 맡았다. 박지현은 국립창극단원 김금미의 딸이기도 하다. 단종 역은 민은경, 수양대군 역은 최근 ‘적벽가’에서 조조로 분한 이광복이 담당한다. 공연은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2만∼5만원. (02)2280-4114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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