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부 비리 조사하다 ‘왕따’된 보험사 감사위원이 기막혀!

PCA생명 A씨의 ‘억울한 스토리’

PCA생명 감사임원 A씨는 지난해 3월 변액보험 추가납입·중도인출 흐름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대다수 보험계약자의 손실을 야기하는 ‘불공정거래’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일부 설계사가 돈 많은 고객과 짬짜미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로 ‘재미’를 보고 있는 흐름을 포착한 것이다.

이들의 불공정거래는 보험료 추가납입 시 매매 기준가격을 ‘전일 종가’가 되도록 한, 황당한 약관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

일부 설계사들은 대다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약관의 문제점을 적극 활용해 단기에 치고 빠지며 엄청난 차익을 챙겼는데 이는 20만여 대다수 보험계약자에게는 수익률 하락, 즉 손실이었다.

해당 보험은 3조6000억원어치(적립 보험료 기준) 팔렸는데 이들의 치고 빠지는 투자 규모는 연간 1조원대에 달한다. “누적보험료가 3조6000억원인데 여기에 1조원가량이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물타기’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보험업 관계자는 말했다. 금융당국도 “피해를 본 보험계약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보고 서둘러 감사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최고경영자(CEO)와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 감사위원장은 감사 중단을 지시했다. 이때부터 A씨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는 감사를 계속 진행했고, CEO와 갈등이 격화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그는 ‘항명죄’로 보직이 박탈됐고 조직에서 ‘왕따’ 신세가 되어 버렸다.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자 A씨는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금융감독당국에 조사를 요청했고 국민권익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이 문제를 조사해 놓고 장고를 거듭하다 최근 “12월 제재심의위에 올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는 동안 불공정거래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권익위는 지난 6월 A씨의 입장을 받아들여 PCA생명에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약관에 암수(暗數)를 숨긴 해당 변액보험의 판매와 이를 활용한 일부의 치고 빠지는 투자가 공익을 침해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보험의 약관도 지난달 매매 기준가격이 확실하게 ‘미래가격’으로 바뀌어 더 이상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는 가능하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이나 권익위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세는 A씨의 뜻이 관철되어가는 흐름이다. 그런데도 싸움이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커졌다. PCA생명의 반격으로 무대는 법정으로 옮겨졌다. PCA생명은 권익위를 상대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5일 재판이 시작됐다. PCA생명 측 변론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맡았다. 한 보험사의 변액보험 불공정거래 감사논란이 ‘공익제보자 보호’라는 또 다른 중대 이슈를 만들어냈고 이를 놓고 사기업·최대로펌 대 국가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권익위 측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며 함구했고, A씨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건 당사자인데…”라며 입을 다물었다. PCA생명 측은 해당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수 보험계약자 피해에 대해서도 “해당 이슈로 손실이 발생했는지, 발생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 추론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는 불가피하다”며 “12월 제재심의위에서 제재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PCA생명이 원고, 권익위가 피고인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 청구소송’ 재판도 이르면 연내 판결이 날 전망이다.

이귀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