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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상장사 직원-증권사-펀드매니저 '검은 공생'의 끝은?

입력 : 2015-11-16 10:28:30 수정 : 2015-11-16 10: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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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증권사이트 운영자 A씨는 거액을 들여 특정종목을 미리 매집한 뒤 자신의 이름값을 믿고 사이트에 가입한 유료회원 수십여 명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1시간쯤 뒤엔 사이트 무료회원들도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종목 추천글을 올렸고, 이어 포털사이트 주식 게시판에도 같은 글을 옮겼다. 주가가 급등하자 A씨는 이내 주식을 매도, 그는 하루 만에 수백만원을 손에 쥐었다.

한미약품은 최근 수조원대의 신약 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증시의 주도주로 각광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주식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야기한 종목이다.

이 회사 내부 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 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삼각 공생 관계’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여의도 증권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미공개 정보를 처음 듣고 유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1차 정보 취득자)뿐 아니라 이 정보를 전해듣고 부당 이익을 본 펀드매니저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가시방석 위에 앉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자산운용사 10여 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된데 이어 펀드매니저 수십명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이번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의 연루자가 한미약품 회사 내부자와 기관 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까지 1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의 불법적인 정보 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가를 띄우려는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 직원과 고객(펀드매니저)을 관리해야 하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운용 성과를 내야 하는 펀드매니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종종 이뤄지는 일이다. 정보를 미리 듣고 업무 활용뿐 아니라 본인 계좌로 직접 주식을 매매(선행매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작년에도 금융당국이 CJ E&M의 실적 정보 사전 유출 혐의로 해당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증권사들을 무더기로 제재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사건도 마찬가지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 학연과 지연 등 친분으로 촘촘히 짜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공개 정보가 유통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펀드 운용에 두각을 보이는 이른바 '용대리'(용감한 20∼30대 대리·과장급 펀드매니저)들이 바이오주 등에 과감히 투자해 시장을 '쥐고 흔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공정한 게임의 장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 한미약품 주가를 보면 지난 3월 19일 78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 일주일 전부터 특별한 호재 없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미리 들썩이기 시작했다.

기관투자자는 3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한미약품 35만2858주를 사들였다가 발표 직후인 20일과 23일에 10만6119주를 팔아 치웠다. 개인이 한미약품 주식 매집에 나선 것은 그 다음이다.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유혹인 미공개 정보 유통의 관행을 뿌리 뽑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이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간다면 정보에 소외된 개인들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선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최근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의 기소율은 2008∼2012년에 평균 78.1%였으나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는 평균 86.1%로 높아졌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검찰 고발·통보 사건의 유죄율은 98.5%에 달해 무죄율(1.5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금융업계 스스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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