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동방중학교. 수업이 다 끝나고 대부분의 학생은 집에 가기 바빴지만 2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열심히 점프를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서로 장난치면서 웃고 떠들던 학생들이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줄 하나를 넘을 때마다 외치는 숫자 소리에 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얼굴에는 몇 분 전 보이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눈빛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게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들은 국민생활체육회가 주최하는 학교스포츠클럽 줄넘기 전국대회에서 3위에 오른 인천 동방중 줄넘기반 학생들이다.
학교스포츠 현장에서 축구, 농구 등 구기종목은 여전히 인기 스포츠다. 하지만, 줄넘기와 같은 뉴스포츠가 학교스포츠 클럽 현장에서 얻는 인기는 구기종목 버금간다. 국민생활체육 전국줄넘기연합회에 따르면 줄넘기는 줄을 이용해 넘거나, 뛰거나, 돌리거나, 감는 동작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접하는 운동이다. 학교스포츠클럽 줄넘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세 가지 세부 종목(긴 줄 4도약, 긴 줄 8자 마라톤, 긴줄뛰어들어함께뛰기)에서 자웅을 겨룬다. 16명이 참가하는 긴 줄 4도약은 2명이 줄을 돌리고 나머지 선수들이 한 번 회전할 때 한 명씩 들어갔다가 나오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줄 안에 4명이 들어가 동시에 한 번 뛸 때 1회로 인정된다. 긴 줄 8자 마라톤은 2명이 줄을 돌리고 한 명씩 기차놀이 하듯 대각선으로 줄을 통과하는 종목이다. 14명이 참가하는 긴줄뛰어들어함께뛰기는 차례대로 줄 안에 들어간 뒤 12명이 동시에 한 번 뛸 때부터 기록으로 인정된다. 세 종목 모두 제한시간은 2분이고 그 안에 가장 많이 뛴 팀 순으로 성적을 매긴다. 경기 도중 발에 걸려 끊어질 경우 기록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세 종목 모두 협동심이 가장 필요하다. 대회에서는 세 종목을 합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학교가 우승을 차지한다.
9일 인천 남동구 동방중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
구기종목에서는 학생들이 득점에 성공할 때 쾌감을 얻는다면, 줄넘기에서는 기록을 경신할 때 동기부여가 된다. 특히 단체줄넘기에서는 혼자 잘하기보다 팀원이 합심해 움직여야 기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연습하는 과정에서 배려와 희생을 저절로 배운다. 동방중 정유정 교사는 “기록보다도 줄넘기반 학생들 간 친목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서로 친해지면 자연스레 팀워크도 좋아지고 더욱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14∼15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학교스포츠클럽 전국 줄넘기대회에서는 대구 성곡초(남초부), 삼척 서부초(여초부), 동국대사범대부속홍제중(남중부), 사천여중(여중부), 인천 계산고(남고부), 인천 신명여고(여고부)가 각각 우승을 거머쥐었다.
인천=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