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서울에서 게스트 하우스의 얄팍한 상술이 판치는 것은 모두 중저가 숙박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관광숙박시설 수급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 보고서에서 2013년 현재 서울에서 영업하는 관광호텔 객실 중 62.2%는 특급이었고, 중저가에 해당하는 1∼3등급은 24.3%에 그쳤다. 그 결과 중저가 숙박시설을 선호하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 모텔 등에서 숙박하고, 아침이면 서울로 원정 나들이에 나서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저가 숙박시설의 수급 불균형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관광산업통계에 따르면 2013년 현재 특급 관광호텔의 객실은 4만1204개로 1∼3급(2만7286개)보다 1만개 넘게 많았다. 2009∼13년 연평균 객실 증가율로 비교해도 1∼3등급은 2.9%에 불과해 3.6%인 특급에 못 미쳤다. 이에 비해 등급을 받지 않아 열악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급미정’ 관광호텔의 객실 수는 연평균 11.6%나 늘어났다.
보고서는 한해 14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시대인데도 서울 중저가 숙박시설의 미스 매치가 심한 것은 관광호텔에 대한 입지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로부터 50∼200 내 호텔을 건립하면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외국인 숙박수요가 높은 서울 도심에서 신규 호텔 부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용주 연구원은 “숙박업은 유해시설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중저가 호텔을 확충해야 한다”며 “학교 근처에 건립하면 유흥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등 법 개정안을 보완한다면 우려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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