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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정치·약자의 고통… 현실과 똑같네!

입력 : 2015-11-20 03:00:00 수정 : 2015-11-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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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 연극 ‘꼬리솜 이야기’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기념작인 연극 ‘꼬리솜 이야기’는 씁쓸한 풍자극이다. 2015년 한국 현실을 웃음을 섞어가며 아프게 꼬집는다. 연극은 무능하고 도덕적으로 마비된 지도층, 고통받는 약자의 삶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관객에게도 화살을 겨눈다. 지금 사회의 모습에 당신 역시 일조하지 않았냐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작품 전개에 긴장감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140분이라는 긴 상연시간을 고려할 때 일부 장면들은 생략해도 무방해 보인다.

‘꼬리솜’은 한반도를 빗댄 가상의 섬이다. 700년 전부터 사람이 산 섬이 단 엿새 만에 멸망한다. 연극은 꼬리솜이 폐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세 갈래 이야기로 보여준다. 하나는 마금곱지 할머니가 겪은 미군 위안부(기지촌 성매매 여성) 생활이다. 두 번째는 꼬리솜을 통치하는 지하벙커의 실상이다. 핵심 권력인 비서부장, 국무부장, 군사부장이 등장한다. 세 번째는 마금보로미 박사가 꼬리솜을 황폐하게 만든 기생충에 대해 설명한다. 

극단 차이무가 2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연극 ‘꼬리솜 이야기’는 우리 사회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 풍자극이다.
차이무 제공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은 지하벙커에서 열리는 국무회의다. 다리가 붕괴돼 32명이 숨지자 국무부장이 하는 말이라곤 “얼마 안 죽었네예”다. 이어 “우리가 2113명이니까 인구가 얼마 남았나”라며 간단한 뺄셈을 못해 끙끙댄다. 희생자의 아픔에 무감한 채 사고 집계마저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남 얘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겨우 계산을 끝낸 이들은 바로 회식과 사고 지역 땅값 얘기에 몰두한다. 빌딩 붕괴, 화재, 추락, 폭발 사고를 보고하는 군사·경찰부장이 자주 하는 말은 “잘 모르겠네예”다. 국무부장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건 이권을 가진 친인척의 재산 손해다. 전문성 없고 부패한 이들의 모습은 그대로 진한 코미디다. 문제는 현실에서도 이런 행정부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미군 위안부의 독백은 약자의 고통을 대변한다. 망가진 정치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마금곱지 할머니는 공장에 취직한다는 말에 속아 강제로 성매매에 내몰린다. 이후 착취 당하는 과정은 끔찍하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실제 미군 위안부였던 김정자 선생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마금보로미 박사는 사람의 뇌로 침투하는 기생충과 바이러스들을 소개한다. 기생충과 바이러스 때문에 꼬리솜 사람들은 타인에게 냉혹해지고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돼버렸다. 이어 자살률, 최저임금 등의 지표가 화면에 떠오르는 순간, 연극은 관객에게 손가락을 돌리는 듯했다. ‘당신들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멍청하지 않은가’라고.

국무회의 이야기는 풍자와 비유가 뛰어난 코미디인 반면 미군 위안부의 증언은 다소 연극적 축약이 아쉬웠다. 마금보로미 박사의 기생충 강의는 극의 흐름을 뚝뚝 끊었다. 서두 부분은 불필요해 보였으며, 바로 결론으로 직행해도 극 이해에는 문제가 없을 듯했다.

이 작품은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 예술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한 신작이다. 차이무는 20주년을 맞아 ‘꼬리솜 이야기’를 시작으로 민복기 연출의 신작 ‘원파인데이’, 극단 대표작 ‘양덕원 이야기’를 차례로 무대에 올린다. 차이무는 ‘연기 잘하는 배우사단’으로 불린다. 지난 20년간 배우 문성근, 명계남, 박광정, 송강호, 유오성, 강신일, 김승욱, 이대연, 이성민, 민복기, 박원상, 문소리, 오용 등이 이곳을 거쳤다. 이 작품에도 이성민, 전혜진, 민복기, 정석용 등이 참여한다. 공연은 29일까지 대학로예술마당 2관에서 계속된다. 3만원. 1544-1555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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