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20일 도쿄돔에서 준결승을 치른 미국과 멕시코는 한국에 낯선 팀이 아니다. 한국은 B조 조별예선에서 멕시코를 잡았고 미국에는 졌다. 하지만 미국전은 연장 끝에 심판의 명백한 오심 탓에 승부치기 패배를 당했다. 기복이 심한 두 팀은 충분히 겨뤄볼 수 있는 상대다.
특히 일본전 역전승으로 한국 선수단의 사기는 달아오른 상태다. 대회 개막에 앞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1차 목표로 삼은 8강 진출을 달성했고 일본의 지저분한 견제 속에서도 당당히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오히려 일본 덕분에 결승을 앞두고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소중한 하루 휴식까지 얻었다.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은 당초 2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4강에 오를 경우 해당 경기를 19일에 치를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준결승 일정을 바꿔버렸다. 일본은 결승행을 당연시하며 준결승 후 하루 쉬기 위해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결승을 앞두고 하루의 휴식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 누리게 됐다.
선발 투수 장원준이 제몫을 다하고 내려오면 막강 불펜진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한국이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9회에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바탕도 철벽 계투진이었다. 한국 마운드는 8회까지 일본 강타선을 3점으로 막아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수비 실책에 따른 비자책 2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투수들이 허용한 점수는 1점에 불과했다. 선발 이대은 포함 7명의 투수들을 쪼개고 쪼개서 활용한 게 적중했다.
일본과의 준결승 선발은 우완 이대은(지바롯데)이었다. 그는 수비 불안과 좁은 스트라이크존 탓에 3과 3분의 1이닝 동안 3실점(1자책)한 뒤 강판했다. 하지만 차우찬-심창민(이상 삼성)-정우람(SK)-임창민(NC)-정대현(롯데)-이현승(두산)으로 이어진 불펜투수 6명이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일본전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내내 한국은 벌떼야구로 재미를 봤다. 7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2.07에 불과하다. 특히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0점대(0.87)다. 불펜투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벌떼야구로 결국 전승 우승을 노리던 일본까지 잡아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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