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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구조조정·임금삭감 ‘칼바람’ 씽씽

입력 : 2015-11-20 19:32:21 수정 : 2015-11-21 00: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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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제 도입’ 뜨거운 감자 부상
은행가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임금삭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일부 시중은행은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액연봉을 문제 삼으며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본격 나선 영향이 크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한계기업 정리 여파로 은행의 경영상황이 나빠진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이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할 경우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 진행 중인 노사임금단체협상에서 이미 성과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과 구조조정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20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SC은행은 “오는 23∼27일 닷새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며 “대상자는 퇴직일자인 올해 12월15일 기준으로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라고 밝혔다.

SC은행은 특별퇴직 신청자격이 주어진 직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체 직원 5600여명의 약 45%에 이르는 2500여명이 신청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청자 수에 따라 실제 감축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특별퇴직은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달 초 SC그룹은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박종복 한국SC은행장은 “어려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효율적인 영업 우선 조직이 되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B국민, 신한, 농협은행 등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인데 임금 인상 폭은 물론 희망퇴직 규모도 논의되고 있다. 신한, 농협은행 등은 매년 100∼200명대의 희망퇴직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저금리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와 금융당국의 개혁 압박으로 구조조정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임금 인상폭의 경우 시중은행장들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간 공동임금단체협상에서 2.4%로 합의했다. 하지만 연봉 자진반납 행렬이 이어지면서 이 합의안은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지난 16일 KEB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출신 전 직원이 가장 먼저 임금인상분(2.4%)을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KDB산업은행도 팀장 이상 직원 700여명이 올해 임금인상분(2.8∼3.8%) 전액을 반납하고, 홍기택 산은 회장은 세금과 기부금, 일부 경비를 제외한 올해 기본급 약 2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19일에는 수출입은행 직원 1000여명이 11∼12월 두 달간의 시간외수당 및 2일분의 연차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약 7억원 수준으로, 올해 기본연봉의 1.5%에 해당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김용환 회장이 지난 16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경영관리협의회에서 성과 중심의 인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산은이나 수은은 국책은행이기도 하지만 부실 대출 논란으로 당국뿐 아니라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다른 은행들은 노조나 직원들에게 임금 인상분 반납이나 삭감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면서도 “다만, 다른 은행들이 다 따라간다면 우리만 안 한다고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도 은행 임직원들이 연봉 반납 대열에 동참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경기부진 상황이긴 하지만 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운 상황은 아닌데 미리 은행원들의 월급봉투를 건드려야 하느냐”며 “금융개혁을 이유로 CEO 연봉 반납부터 청년희망펀드 강제 가입, 은행 근무시간 연장에 이어 임금체계까지 건드리니 은행원들이 적폐의 대상이라도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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