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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개천에서 용? 용, 개천으로 돌아가다

입력 : 2015-11-22 05:00:00 수정 : 2015-11-22 10: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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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포함한 부(富)의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취업난이 커지고 임금 상승도 더딘 점을 미뤄보면, 이런 부의 불평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헬조선’(지옥과 같은 한국)은 계급사회다. 그들은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 등 수저의 재질로 자신을 정의한다. 최근엔 극상위층인 다이아수저도 등장했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태생부터 다르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단순히 금전적 조건을 뛰어넘는다. 교육환경과 주거지역, 직업과 타고 다니는 자동차까지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전부가 계급을 기준 짓는 구성요소가 된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헬조선에선 안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계층을 구분하는 '수저론'이 은수저(silver spoon)라는 영어 표현에서 왔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이 수저론을 바탕으로 부모의 재산과 직업에 따라 자기 자신을 구분 짓는다.

자산이 20억원 이상이면 금수저, 5000만원 미만이면 흙수저다. 대학 입학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면 흙수저, 원룸이나 전세 등 교육환경을 다 지원받으면 금수저로 보기도 한다. 사실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수저론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헬조선에선 안된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수저인증'을 즐긴다. 자신이 수저론에서 어느 위치에 있다는 걸 간단한 사진 등을 통해 타인에게 인증하는 것이다.

간혹 보이는 금수저 인증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내가 이러고 산다'식의 흙수저 인증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흙수저 아점(아침 겸 점심)'이라는 글이 그 예다. 글쓴이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1500원에 파는 치킨너겟 10조각과 도시락 매장에서 900원에 산 흰 쌀밥 사진을 올리며 "2400원 흙수저 식사"라고 덧붙였다.

◆2400원 ‘흙수저’ 식사를 아시나요?

순식간에 해당 글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난 굶었는데 밥 먹은 게 어디냐" "물도 없이 목메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수저론의 등장 배경을 '줄 세우기식 서열 문화'로 꼽고 있다. 예전엔 강남-비강남 구도로 계급화했다면 지금은 그 구조가 세분화됐으며,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자신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계급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 심화…도달 불가능한 계급 정의

가파른 경제발전이 낳은 양극화가 사회구조가 됐고,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용이 개천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

청년들의 이 같은 자조적 표현은 '잉여'에서 '삼포 세대'로, 다시 '수저론'으로 변모했다. 자신들의 처지를 점점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선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자산 상위 10% 계층에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부(富)의 66%가 쏠려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위 50%가 가진 것은 전체 자산의 2%에 불과했다.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한 부의 불평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세청의 2000∼2013년 상속세 자료를 분석해 한국사회 부의 분포도를 추정한 논문을 최근 낙성대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 교수는 사망자의 자산과 그들의 사망률 정보를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자산을 추정하는 방식을 썼다. 사망 신고가 들어오면 국세청은 자체 전산망으로 알아낼 수 있는 사망자 명의의 부동산·금융자산을 파악한다. 이 때문에 상속세 과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사망자의 자산이 대체로 포착되게 마련이다.

분석 결과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한 자산 상위 10%는 2013년 전체 자산의 66.4%를 보유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연평균인 63.2%보다 부의 불평등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6억2400만원이고, 자산이 최소 2억2400만원을 넘어야 상위 10% 안에 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부의 불평등 심해져

2013년 상위 1%의 자산은 전체 자산의 26.0%를 차지해 역시 2000∼2007년(24.2%)보다 불평등이 심화됐다. 상위 1%의 평균 자산은 24억3700만원으로, 자산이 9억9100만원 이상이어야 상위 1% 안에 들어갔다. 상위 1%의 평균 자산은 2000년 13억7500만원, 2007년 22억7600만원에서 계속 늘었다. 여기서 자산에 들어가는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계산됐다.

이를 시가로 바꿀 경우 자산이 13억원을 넘겨야 상위 1%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0.5% 안에 드는 최고 자산층의 평균 자산은 36억5900만원이었다. 하위 50%가 가진 자산 비중은 2000년 2.6%, 2006년 2.2%, 2013년 1.9%로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결과는 그간에 나왔던 국내외 연구진의 자산 불평등 추정 결과보다 심각한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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