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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좋은 곳 가시길"… 추모 물결

입력 : 2015-11-26 18:07:33 수정 : 2015-11-27 0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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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행렬 이모저모 ‘거산’이 영면에 들어가는 날 하늘도 하얀 눈을 뿌리며 슬퍼했다. 국가장으로 치러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된 26일, 운구행렬은 고인의 체취와 숨결이 밴 서울지역 곳곳을 둘러봤다.

서울대병원을 출발해 광화문, 동작구 상도동의 사저,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등 지나는 길 곳곳에 고인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나와 숙연한 태도로 고인을 배웅했다.

26일 오후 국회에서 엄수된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휠체어에 탄 부인 손명순 여사와 선글라스를 낀 장남 은철씨(왼쪽 일곱번째), 차남 현철씨(〃 세번째) 등 유가족이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날 오후 1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 전 대통령의 관이 의장대 10여명에게 들려 검은색 리무진 차량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걸음도 채 되지 않는 보폭으로 이동하는 의장대 뒤로 유족 등 20여명이 흐느끼며 뒤따랐다. 관이 차량에 실릴 즈음,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고인의 차남인 현철씨와 가볍게 목례한 뒤 유족 측 대표인 김봉조 전 의원,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등과 악수했다. 박 대통령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7분가량 서서 고인을 배웅했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 김민관(75)씨는 “김 전 대통령이 좋은 곳으로 가시리라 믿는다”고 기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대형 영정사진을 부착한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와 유족을 태운 버스 7대는 병원을 떠나고 10여분 뒤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면서 광화문 앞 도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가에 일렬로 늘어선 시민들은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고인의 마지막 나들이를 담았다. 등산복 차림의 김형렬(64)씨는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김 전 대통령 운구차가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다”며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걸 보니 정말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실감이 든다”고 감회에 젖었다.

공덕오거리를 지나 마포대교를 건넌 운구행렬은 영결식 예정 시각(오후 2시)을 5분가량 남기고 영결식장인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자 운구행렬은 동작구 상도동 사저와 인근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4시쯤 김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장남 은철씨의 아들인 김성민군이 영정을 양손에 쥐고 사저 마당에 들어섰다. 그 뒤를 현철씨 등 직계가족 15명이 따랐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은 현관 복도를 따라 안방과 식당을 들른 뒤 거실로 향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붓글씨인 ‘松栢長靑(송백장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젊은 시절 연설하는 장면이 담긴 흑백사진이 거실 벽면에 걸려있었다. 성민군은 이 모두를 보여주려는 듯 영정을 들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10분 정도 사저에 머무른 뒤 운구행렬은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향했다. 고인과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정이 든 이웃 주민 등 1000여 명이 겹겹이 줄을 서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유족이 26일 상도동 자택에서 거실을 돌고있다.
이제원 기자
김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운구차를 기다리던 김학서(78)씨는 “김 전 대통령을 아주 오래전부터 지지해왔다. 사저 앞에서 이렇게 영정사진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만호(67)씨도 “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당했던 시절에 찾아오고 35년 만에 상도동을 찾았다”며 “김 전 대통령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운구행렬은 예정보다 20분여 늦게 상도동을 떠나 종착지인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김승환·박진영·김건호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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