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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도 폭력도 ‘아웃’평화시위 정착 ‘전기’

입력 : 2015-12-06 18:39:51 수정 : 2015-12-07 07: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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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목말 태운 아빠와 아이 손을 잡은 엄마. 만화 주인공 뽀로로 모양의 가면을 쓴 청년. 많은 이들의 손에는 밧줄이나 쇠파이프 대신 카네이션이 들려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폭력을 행사하지도, 집회 신고 장소를 이탈하지도 않았다.

5일 치러진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차벽’과 물대포가 등장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연행된 시위대도 없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사소한 통제선 이탈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 방송 등으로 대응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폭력이 난무했던 지난달 14일의 ‘1차 민중총궐기’ 집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이 함께 연출한 평화 시위의 현장이었다.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민중대회가끝나고 참가자1만여명은 서울광장에서서울대 후문까지 평화행진을 벌였다.서상배 선임기자

폭력과 과잉진압 논란에 발목 잡혀 있던 그간의 시위 문화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이날 집회를 평화 시위 정착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1만40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깃발 등을 들었지만, 경찰을 향한 고성이나 욕설 등은 없었다. 일부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집회를 허가해줬어야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주최 측은 연신 평화시위를 강조했다. 서울광장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현장에 남은 쓰레기를 주워 모아 쓰레기봉투에 담는 등 자진해서 현장을 정리했다.

이어 시위대는 지난달 14일 물대포에 맞은 뒤 의식을 잃은 백남기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주최 측 신고대로 2개 차로를 허용했지만, 행진 도중 일부 참가자들이 추가로 차로를 점거해 이를 막는 경찰관과 한때 승강이가 벌어졌다.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지면서 종로5가역 인근에서 일부 시민이 시위대를 향해 불만을 터트리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경찰에 연행된 참가자는 없었다.

경찰의 통제선인 ‘폴리스라인’ 앞에는 30여명의 장애인들이 나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사람벽’을 만들어 서로간의 충돌을 막았다.

경찰은 이날 225개 중대 2만여명에 차벽과 살수차도 준비했지만, 대부분을 집회장에서 떨어진 곳에 배치해 시위대를 자극하지는 않았다.

서울대병원 앞에서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서 단상에 오른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1차 집회 때는) 차벽이 가로막고 있어 경복궁역에서 이 병원까지 걸어왔었는데, 오늘은 차벽도 없고 행진을 하던 중에도 경찰 분들이 잘 보호해주셨다”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1·2차 집회에 모두 참가한 대학생 이정은(26)씨는 “(주최 측이) 과격한 모습은 일반 시민들에게 좋지 않게 비쳐지고 집회를 열게 된 본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다”면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평화적인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회가 일회적인 평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시위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 이후 평화집회가 무조건 보장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집회 참가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집회·시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분명 이전과 달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평화집회는 1차 집회 이후 형성된 따가운 여론과 종교단체, 전의경 부모 단체 등의 중재·감시 노력이 만들어냈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감시 활동이 집회·시위 문화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이우중·김건호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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