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최근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해 출판기념회 자제를 권고하는 공문을 전국 시·도당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성향 출마예정자들이 예정된 출판기념회를 잇따라 취소했거나 강행 여부를 고심 중이다.
7일 새누리당 경남도당과 지방정가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최근 전국 시·도당에 '출판기념회 자제 권고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서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 의원총회에서 공직선거후보자가 되려는 자의 출판물 판매를 겸한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마련해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출판물 판매를 겸하는 출판기념회 개최를 자제하기를 당부하며, 당론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시·도당은 홍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년 총선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출마를 준비 중인 윤한홍 행정부지사가 오는 19일 개최하려던 출판기념회를 취소했다.
윤 부지사는 지난 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최근 '윤한홍, 꿈을 엮다'라는 서적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준비해 왔다"며 "통합창원시의 주변부로 전락해 자존심마저 잃어버린 마산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계획을 밝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출판기념회라는 명목아래 금품을 강제하다시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보게 됐다"며 "이번 새누리당에서 '북 콘서트'를 통해 책을 팔거나 축하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키로 했다는 방침에 전적으로 호응하고자 한다"고 출판기념회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출간한 책은 출판사나 서점을 통해서만 판매해 '깨끗한 정치, 청렴한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부지사와 같은 날 자서전 '진해는 바다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던 이종구 전 수협중앙회장도 출판기념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창원시 진해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이 전 회장은 "고향 진해에서 조촐하게 출판기념회를 열고자 했으나, 제가 정책자문위원으로 있는 새누리당의 대승적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이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의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출마 의사를 밝힌 허영 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오는 9일까지 출판기념회를 취소할지, 북콘서트 등 다른 형태로 대체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책도 다 찍어놨는데 중앙당이 출판기념회를 자제하라니 정치신인들 이름을 알릴 기회가 봉쇄돼 난감하다"며 "시민 의견을 물어보고 최종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해갑 홍태용 당협위원장은 애초 포토 에세이집을 내 출마 선언을 겸한 출판기념회를 하려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의 출판기념회 자제 방침에 따라 오는 15일 총선 예비후보등록을 하고 나서 출마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홍 위원장은 "당내 후보들이 비숫한 출판기념회를 여는 데 결국 대부분 아는 분들 위주로 와서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그냥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밀양·창녕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엄용수 전 밀양시장은 지난 3일 '자립도시 30만 밀양·창녕지역 균형 발전전략'을 주제로 비전 발표를 하는 것으로 출판기념회를 대체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도 오는 15일 총선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나서 기자회견으로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
별도 출판기념회는 열 계획이 없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는 출마예정자들도 없지 않다.
서필언 전 행안부 제1차관은 오는 19일 오후 2시 고향인 통영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바다는 오늘도 소금을 만든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낸 서 전 차관은 지난달 고향에서 총선출마를 선언했다.
서 전 차관은 "출판기념회 자제와 관련한 정확한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좀 더 알아보고 출판기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도 "출판기념회를 열더라도 돈 문제에 관한 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청·함양·거창 선거구 국회의원이나 거창군수 재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김창호 새누리당 중앙연수원 교수는 오는 12일 거창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김창호의 거창한 꿈'이라는 책을 펴낸 김 교수는 새누리당의 출판기념회 자제 권고 공문에 대해 "금지하라는 것은 아니며 조심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며 "예정대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판매행위는 아예 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여 새누리당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출판기념회 취소 여부를 고민하던 출마예정자와 달리 출판기념회를 이미 개최한 예정자들은 홀가분한 입장이다.
창원시 의창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 뜻을 밝힌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은 지난 10월말 출판기념회를 끝냈다.
그는 "예비후보로 이름을 알릴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그나마 출판기념회 개최를 이유로 문자도 보내고 초청장도 보낼 수 있었다"며 "정치신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출판기념회를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차장은 지난달 8일 사천에서 '하늘의 북극성 세상 속에 서천호'란 제목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권당 1만원을 받았지만 새누리당의 출판기념회 자제 권고 공문 이전에 행사를 열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해석했다.
함안·의령·합천 출마를 준비 중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도 지난 10월 23일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출판기념회 개최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났다.
새누리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중앙당 지침이 공문형태여서 공식 예비후보자도 아닌 상황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개별 후보한테 공문을 발송할 상황은 안 된다"며 "하지만 지역에서는 출마예정자들이 언론 보도 등으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고, 개별적으로 문의하는 예정자에게 안내는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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