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균이 원인 병원체 가능성
미생물에 의한 복합발생 조사중”
지난 10월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발생한 집단 폐렴은 실험실 사료에서 증식한 병원균과 함께 실험실 이용자들의 안전규범 준수 소홀 탓으로 지적됐다.
질병관리본부와 민간역학조사자문단은 8일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의 사료와 실험실 환경, 환자의 검체에서 ‘방선균’이 관찰됐고, 질환의 임상적 소견과 검사 결과에 따라 방선균을 집단 폐렴의 원인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방선균은 토양, 식물체 등에서 발견되는 균으로 끝에 포자가 있어서 형태학적으로는 곰팡이와 유사하며 공기 중에 전파될 수 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선균이 원인 병원체일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유기분진에 있는 미생물에 의한 복합발생 가능성도 고려하고 계속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질본은 실험용 쥐를 통한 폐 조직 비교 등 동물 실험에서 방선균 하나만이 원인인지, 다른 진균도 같이 작용한 것인지를 규명할 예정이며 3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또 해당 실험실 이용자들이 실험실 안전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도 조사 결과 밝혀졌다. 대부분 학생이 실험실에서 분진에 대비하는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실험에 쓰인 미생물이 냉장고·배양기 등 적정한 보관장소 대신 책상 서랍 등에 방치된 사례도 있었다. 질본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상과 실험실 공간은 칸막이 등으로 분리돼야 하지만 실험실 안에서 공부하거나 음식을 먹는 일이 있었다”며 “실험실이라면 상식적으로 지켜져야 할 규범이 지켜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전체 실험실 근무자 254명 중 55명(21.7%)이 폐렴에 걸렸는데 이 중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률이 2.5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내년 3월 새학기 시작 전까지 건국대 해당건물 내 오염원을 제거하고 내부 전체를 소독하는 작업을 완료한 뒤 건물을 재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내년 2월까지 실험실 안전관리 담당 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학 실험실의 안전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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