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사퇴를 선언한 뒤 어두운 표정을 짓자 이종걸 원내대표가 쳐다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최 의원은 이날 “당의 분열과 혼돈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사퇴변을 밝혔다. ‘그 누구도’라는 표현에는 내홍 책임이 쏠리는 문 대표를 겨냥한 뉘앙스가 강했다. 당내에서도 그의 당직 사퇴는 문 대표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표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최 의원의 사퇴 선언이 나오자마자 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문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초강수를 뒀다. 곧 후임도 인선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고위원회의는 비주류 멤버가 대거 이탈해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 최고위원 2명이 사퇴한 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을 선언했고 정성호 민생본부장은 이미 불참한 지 오래다.
문 대표 측은 위기설을 일축했다. 전날 당무위에 올린 ‘최고위원 보궐선거 안’은 무산됐지만, 9명인 최고위 정족수를 7명으로 줄이면서 2명의 자리를 아예 들어냈기 때문에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2011년 11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 하에서 유승민, 남경필, 정두언 최고위원 등의 잇단 사퇴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문 대표측 관계자는 “당시 한나라당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 선출하는 구조였고 우리 당은 분리 선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승부수 둔 문재인··· 중진 ‘사퇴 요구’
최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의 분열과 혼돈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퇴변을 밝혔다. ‘그 누구도’라는 표현에는 내홍 책임이 쏠리는 문 대표를 겨냥한 뉘앙스가 강했다. 당내에서도 문 대표 사퇴를 재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당 안팎 현안 대응 방향을 대부분 결정하는 최고위원회의는 비주류 멤버가 대거 이탈하면서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최고위원 2명이 빠져나갔고 투톱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을 선언했으며 비주류 정성호 민생본부장은 불참한 지 오래됐다.
비주류 뿐 아니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문 대표 사퇴를 압박하는데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11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지도체제 변경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진들은 문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 ‘문·안(문재인·안철수) 중심의 공동선대위 구성 등 중재안을 마련해 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전달했다. 중진 중재안은 사실상 안 전 대표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육참골단’ 승부수 던진 문재인
문 대표는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대로 최 의원 사퇴를 즉각 받아들였다. 당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후임도 곧 인선키로 했다.
동시에 친노·측근 정리에 들어갔다. 친노계에선 대표성과 상징성이 강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당적 정리를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 또 김영배 성북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등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기초단체장들에게 불출마를 권고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청와대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윤건영 당대표 특보 등 최측근에 대해서도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들 ‘3인방’의 출마설이 계속 돌자 문 대표는 “내가 대표할 동안 정치할 꿈도 꾸지 말라”고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 정리는 안 전 대표측이 요구한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 탈당 명분을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한편 이날 입법로비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신학용 의원(3선, 인천 계양갑)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이 더욱 절실한 때”라며 “남은 기간 민주주의 발전과 검찰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의 결정이 중진 불출마 선언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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