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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응답하라! 따로 노는 휘발유값

입력 : 2015-12-14 05:00:00 수정 : 2015-12-14 11: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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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휘발유 가격이 30.6% 떨어지는 동안, 동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고작 8.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 인하 폭이 지나치게 낮은 이유는 휘발유 가격의 60%가 넘는 유류세 때문이다. 지난달 평균 리터(ℓ)당 1473.58원 중 세금은 909.12원으로, 세금 비중이 61.69%에 달했다.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나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은 ‘반 토막의 40%’에 불과한 셈이다. 우리나라 유류세는 정액제로 돼 있어 국제유가가 내려도 교통세와 주행세 등은 요지부동이다. 제품 원가가 내려갈수록 유류세 비중은 점점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국제유가가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특히 브렌트유는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인 38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14달러(3.1%) 떨어진 배럴당 35.62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최근 6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38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12월 이후 처음

런던 ICE 선물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82달러(4.6%) 내린 배럴당 37.91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 38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12월 이후 7년만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달러화 약세와 미국 채굴장비수 감소에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공급 우위 전망 때문에 하락했다.

IEA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인 공급 우위 상황에도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사상 최대 수준의 산유량을 유지키로 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 등 비OPEC 산유국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원유재고 증가세 지속될 듯

IEA는 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기업들이 지출을 더 축소했다면서 그러나 이에 따른 공급부문의 충격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나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2016년 원유재고가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OPEC의 공급이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내년 이란마저 본격적으로 원유를 수출하면 내년도 전세계 원유재고는 크게 늘어나 3억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은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70달러(0.4%) 오른 온스당 1075.70달러에 마감했다. 달러화 약세가 금값 상승 요인이 됐다.

국제유가가 30달러대로 하락했다는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요지부동인 국내 기름값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리꾼 A씨는 "기름은 직구 안되나? 국내 기름값은 신세계다. 전혀 따로 논다"며 원유가와 상관없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국내 기름값에 불만을 표출했다.

B씨는 "국제유가를 반영해 국내 기름값 내릴 때는 3개월이나 걸리고 올릴 때는 하루도 안 걸리는 기묘한 헬조선"이라고 썼다.

◆국내 기름값, 원유가와 상관없이 높은 가격 유지

C씨는 "국제유가가 100달러 돌파할 때는 호들갑 떨며 국내 기름값을 올리더니 국제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져도 국내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방관만 하는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D씨는 "초저금리·초저유가는 서민들의 삶과는 무관하다"며 "정부가 서민과 민생 경제를 챙기려면 유류세 내려 기름값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씨도 "국내 기름값이 높은 것은 정유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에서 세수가 줄어드니 안 내리는 것이다. 그 덕에 정유사는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원유가가 현재는 하락 추세라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F씨는 "지금은 산유국의 치킨게임으로 원유가가 하락했지만 조만간 '무분별한 채취로 원유자원 고갈'이라는 기사 한 줄만 떠도 순식간에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30달러대 중후반까지 떨어졌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유소 기름가격은 당시보다 ℓ당 130원 가량 비싸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가 하락 속도와는 차이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요인으로 7년 전에 비해 90원 가량 늘어난 세금이 꼽힌다. 최근 저유가 현상으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해 국제 제품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유가, 석유제품 수요 증가…국제 제품 가격 고공비행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환율과 관세, 수입부과금, 국내 유통비용 등이 더해져 최종 판매 가격이 결정된다.

당시와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유류세다. 정부는 2009년 1월 1일 교통세를 ℓ당 462원에서 514원으로 52원 올렸다. 같은해 5월에는 교통세가 529원으로 또 한차례 인상됐다. 11월에는 품질검사수수료가 ℓ당 0.04원 오르면서 부담을 더했다.

2008년 말과 비교하면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76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부가가치세와 관세 등을 감안하면 90원 가량이 더 부과되고 있다. 7년 전과는 저유가의 원인이 다르다 보니 석유제품 수요 자체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에서 40달러까지 폭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동반되다 보니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급감했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는 OPEC의 감산합의 실패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 때문으로, 미국 등 글로벌 경기가 괜찮은 상황에서 석유제품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유류세, 국제 석유제품 가격, 환율 등 변수 종합 고려해야

매년 글로벌 석유제품 평균 수요 증가는 일평균 120만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는 저유가로 인해 수요 증가분이 일평균 180만∼190만 배럴로 3분의 1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다 보니 국내 기름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이달 평균 배럴당 53.74달러로 2008년 12월(38.93달러)에 비해 14달러 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2008년에 비해 지금이 유리한 요소 중 하나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일정기간 변동이 없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20% 하락하면 정유사 공급가격에는 20%만큼의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이달 평균 환율은 1164.80원으로 2008년 12월(1368.80원)에 비해 15% 가량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기름값이 떨어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008년 말에 비해 현재 주유소 기름값은 ℓ당 60원 정도 인상 요인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유류세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환율 등의 변수를 모두 고려하면 7년 전에 비해 현재 주유소 기름값은 ℓ당 150원 정도 비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때보다 130원 가량 오르는데 그쳤다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말과 지금 국제유가 수준은 비슷하지만 세금과 국제제품 가격, 환율 등 주요소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에 차이가 있다"면서 "실제로는 2008년 대비 150원 가량의 인상요인이 있지만 이보다 낮은 것은 유통비용 등이 감소하고 주유소 마진 등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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