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내내 ‘인상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만으로도 시장을 출렁거리게 했던 미국 금리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리스크 상당 부분이 시장에 반영됐고, 인상이 결정되면 불확실성이 사라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9년 만에 이뤄지는 금리 인상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미 금리 인상으로 수혜를 받는 업종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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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이탈 가속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충격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다.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찾아 선진국 시장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조는 이미 나타났다. 11월 이후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금을 빼내고 있다. 11월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약 1조9309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12월 들어서 매도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2일부터 11일까지 8거래일 연속 팔자 행렬이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약 1조9705억원어치를 팔고 떠나면서 11월 매도 규모를 뛰어넘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과 신흥국 지표 부진을 고려할 때 외국인 순매도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FOMC 이후 매도 규모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당분간 혼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 부담뿐만 아니라 추가 유가 하락 전망, 글로벌 제조업 부진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 과거 미국 금리인상 시기 주가등락률을 봐도 단기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1994년 2월4일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 첫 한 달 동안 코스피는 6.39% 하락했다. 2004년 6월30일 금리 인상 때에도 첫 30일 코스피 등락률은 -6.42%였다.
김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1994년과 2004년 상황이 현재와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된다”며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당시 주가 움직임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주 중심의 단기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후 주가의 방향성보다는 업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수·경기방어주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로 꼽힌다. 견고한 실적이 예상되거나, 배당 매력이 있는 종목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진혁 SK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자본 유출로 시장 자체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매크로 변수 움직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업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며 “안정적인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 통신서비스, 방산·보안·전자결제 등 상업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주가 단기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대형주 및 수출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달러화 강세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미국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는 내년 3월쯤 2차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그만큼 시장 충격도 완화될 수 있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 투자수익률 개선이 기대되는 보험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또한 금리 인상은 그만큼 미국 경기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는 의미이기에 미국 소비 성향 활성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IT 하드웨어 업종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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