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되다가 하반기부터 잦아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 경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1200원 뚫을까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7.6원 오른 달러당 1187.1원에 거래를 시작, 오전 한때 1188.4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당국의 미세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으로 상승폭을 줄이고 118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으로는 연중 고점이었던 9월 초 1208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왜 이러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80원대로 오르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급락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위안화 환율이 지난 8월11일 평가절하 당시 급등했던 고점을 최근 다시 경신했다”며 “이런 위안화 약세에 동조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을 통해 관리할 것이므로 이번 이벤트(미 금리 인상)에 원·달러환율이 1200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이벤트이기 때문에 막상 FOMC가 열리면 환율이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급락하고 일본과 유럽 주식시장도 주요 지지선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금융불안이 증폭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9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 기조를 이어간 영향이 크다. 이날도 외국인은 약 262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고 나간 규모는 약 2조2650억원에 이른다.
◆미 금리 인상, 환율에 얼마나 영향 주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달에 한 차례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 3∼4차례 정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러 강세가 급격히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도 내년에는 완만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원·달러 환율은 1150∼130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 연구원은 “미국의 과거 금리인상기를 돌아보면 인상 초기에는 달러가치가 올라가다가 이후 잦아드는 경향을 보였다”며 “미국이 올해 한 번, 내년에 세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한다는 가정 하에 내년에는 상고하저의 흐름 속에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7, 8월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바 있다.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리스크가 선반영된 것인데, 12월 인상설을 앞두고 또다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박사는 “외부 충격으로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주가가 하락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결국 기업에 자금 경색을 가져와 실물경제로 파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은이 취할 수 있는 시장안정화 대책은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할 때 보유 달러를 시중에 매도하는 식의 공개시장조작을 의미한다.
김수미·이진경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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