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을 맺고 있는 우리에게 6·25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6·25의 원인과 당시 관련국의 동향 등을 놓고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세계일보가 단독 입수한 미국과 소련의 비밀문서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와 트뤼그베 할브단 리 초대 유엔사무총장, 존 무초 주한미국대사, 김일성,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 테렌티 시티코프 주북한 소련대사 등이 당시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 그들의 행보가 한반도 역사를 어떻게 관통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단서들이 담겨 있다. 6·25의 역사적 진실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미·소 극비문서로 본 6·25 전쟁 비사(?史)’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그동안 6·25 전쟁사를 연구하는 군이나 학계에서는 “왜 맥아더는 북한의 침략 기미를 눈치채지 못했는가”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6·25 발발 직전 맥아더 장군이 미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한 극비 전략문서는 이런 궁금증을 푸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미군이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도외시했다는 단순 결과론적 평가만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와 대응전략이 포함된 이번 문서가 발견됨으로써 당시 한반도 배제의 배경과 결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맥아더 극동군사령관은 합참에 보고한 전략문서에서 “중국 내의 보급선과 비행장 건설에는 소련이 연계돼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뒤 “미국과 소련 간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대만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기지가 될 것이며, 대만을 통해 미 극동군사령부가 구축한 전선에 공세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능력은 대략 10개의 항공단, 10∼20기의 항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련이 대만을 장악할 경우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맥아더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는 현재의 상태로 중공이나 소련의 공습을 받는다면 90일 이상을 버티기 어려우며, 이는 B-29 폭격기 기지를 잃게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더 심각한 문제로 맥아더는 이러한 공격이 대만에 가해질 경우 미 극동군사령부가 30일 이상을 버틸 수 없다고 단정하고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오키나와와 필리핀 루트의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대만이 중립화되지 않는 한 오키나와와 필리핀에서의 그 어떤 전략과 작전도 소용이 없으며, 유사시 대만에서 중공군이나 소련군을 격멸하기 위해서는 현재 극동군사령부가 보유한 능력 이상을 가지고 원정작전을 펼쳐야 한다”며 군사전략적 측면에서의 대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맥아더는 중공이 대만을 차지하려는 목적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했다. 공중과 해상을 통한 보급로 확보와 미국이 대만에 제공했던 물자 획득을 통해 향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데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꼽았다.
北의 남침 동향 배제된 美 극비문서 전쟁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적의 공격을 미리 간파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전략가들에게는 최고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6·25전쟁 발발 이전에 북한의 남침을 예측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진은 맥아더 미국 극동군사령관이 6·25가 터지기 한달 전 미 합참에 보낸 극비문서로 북한의 남침 동향은 배제돼 있다. 군사편찬연구소 제공 |
최동주 숙명여대 글로벌학부 교수는 “맥아더의 대만 중시론은 현재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놓고 벌이는 다툼의 연장선상”이라며 “6·25 때나 지금이나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중국과 소련의 태평양 진출 저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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