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계일보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를 통해 입수한 미 극동군사령부(일본 도쿄) 전략문서에 따르면 맥아더 사령관은 중공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높은 반면 북한의 남침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1950년 5월29일 6·25 전쟁 발발 한달 전 작성된 이 문서는 미 워싱턴의 육군부를 거쳐 합동참모본부에 보고됐다.
한국전쟁 당시 함상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는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 군사편찬연구소 제공 |
그리고는 사령부 자체 평가를 통해 “기존 미 합참의 우발계획에 중공의 대만 점령과 소련의 서태평양 지역 확장에 대한 대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공과 소련의 움직임에 따라 태평양 지역 미군의 작전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문서에서 맥아더의 관심은 온통 중공의 대만 침공과 소련의 남진정책에 쏠려 있었고, 북한의 남침 우려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관련 문서를 발굴한 군사편찬연구소 남보람 소령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이 일본과 대만에 치우쳐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고, 그 결과 6·25 발발 가능성도 매우 낮게 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맥아더 장군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비판 중 그가 평양 등 북한 지역 내의 군사,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폭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6·25 전쟁 초기부터 중공군의 참전에 이르기까지 미 공군의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한 공중폭격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목표는 군사시설과 기간시설에 국한됐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할 문서도 발굴됐다.
1950년 9월30일 맥아더가 미 육군부와 합참에 보낸 문서에는 “나는 현재 적의 수도인 평양을 폭격할 아무런 계획이나 그럴 목적이 없으며, 적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여타 작전을 구상하려고 생각해본 적도, 그럴 시간도 없다”고 적혔다. 다만 “평양이 우리 지상군 공격에 맞서는 적의 마지막 보루가 된다면 그때는 우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하에서 공중폭격 계획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공중폭격을 실행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는 미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에게 회람됐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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