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무초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임명된 초대 주한 미국대사(1948~52년 재임)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1921년 미국에 귀화한 그는 홍콩과 중국에서 외교 경력을 쌓은 동아시아 전문가였다. 무초 대사는 6·25전쟁 직전인 1950년 6월 초 미 의회에서 38도선 부근에서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쟁 발발 직후엔 피란을 가다 이승만 대통령 일행을 만나 자기 차량에 태우기도 했다. |
다음은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무초 대사가 워싱턴에 전면전 발발을 알린 전문 내용이다. 전문 내용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북한군이 오늘 아침 남한 영토 여러 곳을 침략했다. 이는 오전 4시쯤 북한군 포병화력이 옹진, 개성, 춘천 일대에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동시에 동해안 강릉에 상륙작전도 감행됐다. 개성은 오전 9시에 북한군에 점령됐는데 보고에 따르면 10여대의 북한 탱크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은 현재 춘천 일대에 접근했다. 강릉 일대 전황에 대해서는 세부사항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군이 일대의 도로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현재 군사고문단 및 한국군 장교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다. 공격의 특징과 방법으로 볼 때 남한에 대한 전면전이 감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별다른 대비책도 없이 북한의 기습공격에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상황 파악마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사실 북한군의 전면 남침은 휴일 새벽 기습공격이었던 탓에 2차대전을 경험한 미 군사고문관들이라도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미 군사고문단 등이 최초 휴전선 일대에서의 북한군 공격을 전면전 개시가 아닌 38선상에서의 대규모 수색정찰이라고 판단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당시 의사소통 수단은 제한된 유선전화와 군용전화기에 그쳤다.
6·25 발발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존 무초가 1950년 6월25일 오전 10시 본국에 타전한 보고서 전문. 북한군이 남한 영토 여러곳을 침략했고 공격의 특징과 방법으로 볼 때 남한에 대한 전면전이 감행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군사편찬연구소 제공 |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연구원은 “무초 대사는 한국전 개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미국에 타전했고, 이후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국군이 북한군에 맞서 훌륭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공산권에 대한 저항의지를 되살렸던 인물로 현재 학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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