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국내뉴스 한마디로 '메르스'
2015년도 그야말로 뉴스의 홍수였다.
2월 간통죄 폐지, 3월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까지 빚은 4월의 성완종 리스트와 성완종 회장의 자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발언과 7월 새누리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8월 북한의 지뢰공격과 준전시상태 선포 및 남북고위급 접촉,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관, 10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및 첫 국가장, 12월 안철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등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쉼없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모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능가하지 못했다.
메르스는 5월 20일 첫 환자 확인 뒤 한달 보름 이상 나라 전체를 마비시켰다.
한국을 찾는 여행자 수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바람에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2014년 4월엔 세월호, 2015년 5월엔 메르스
2014년 4월엔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세월호 파장은 엄청나 정부 조직에 변화까지 주게 됐다.
공교롭게도 2015년 5월에도 그야말로 수소폭탄급 일이 터졌다. 메르스라는 처음 듣는 단어가 등장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고 초여름 마스크 행렬과 한마을 전체가 격리되기도 했다.
또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이 폐쇄되는가 하면 삼성그룹의 실질적 책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질병관리본부도 독립권을 갖춘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되는 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모든 검색매체가 꼽은 검색어 1위는 단연 메르스
네이버·다음·구글,카카오와 트위터 등은 올해의 이슈 키워드로 모두 '메르스'를 선정했다.
네이버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키워드는 메르스였다. 다음에서도 검색이 집중된 검색어는 메르스였다.
구글코리아의 올해 최다 검색어 1위도 단연 메르스였다. 구글코리아 통계에 따르면 메르스는 최초 감염자가 발생했던 5월 20일을 기점으로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6월에 검색량 최고점을 찍었다.
메르스는 증가세가 한풀꺾인 7월부터는 검색량이 줄어들었지만 연말까지 국내 최다 검색어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SNS에서도 메르스는 이슈 키워드였다.
카카오톡 내 검색 서비스인 '카카오톡 샵 검색'에서 메르스는 가장 화제를 모은 키워드로 꼽혔다.
트위터코리아가 발표한 인기 키워드 사회 분야 1위도 메르스였다. 메르스는 관련 트윗량 392만여 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메르스 거점병원인 국립의료원을 방문 한 뒤 관계자들에게 메르스 적극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메르스는 첫환자가 확인된 5월20일부터 마지막 남은 환자가 사망한 11월 25일까지 6개월여 190일간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 잡았다.
1번환자가 감염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는 4월 18일부터 메르스 위기경보가 '관심'단계로 하향 조정된 12월1일까지로 기간을 확대하면 메르스는 사실상 2015년 한해를 거의 드러눕다시피 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5월20일 첫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 뒤 그간 총 186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38명이 숨져 치사율 20.4%를 기록했다.
▲ 2000여 학교 휴교, 외국 관광객 153만명 감소, 성장률 2%대 추락, 11조6000억원 추가경정 예산편성
메르스로 인해 2000곳이 넘는 학교가 휴업·휴교를 단행했으며 사람들이 외출을 꺼렸다.
이로 인해 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더 컸다.
6월의 경우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가 5월보다 11.6%나 줄었고 가전제품 등 내구재는 2.1%, 화장품 등 비내구재는 0.9% 각각 축소됐다.
6월 백화점 매출은 전달보다 12.6% 급감했고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14.7%나 떨어졌다.
메르스 공포로 6~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동기대비해 153만3000명이나 줄었다
이에 따른 국내 관광 산업 피해액은 2조6500억~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6월 한달 국내 관광 감소 피해액만도 6300억원에 이른다.
메르스가 내수를 끌어 내리는 바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3%대에서 2%대로 내려앉게 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11조6000억원의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으며 한국판 블랙플라이데이 정책까지 폈다.
▲ 어수선한 초기 대응, 의심환자 중국 출장으로 중국 초비상
메르스 사태는 정부가 초기에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공개했다면 확산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병원 신뢰성 등을 놓고 고심을 하다가 공개 시기를 놓쳐 일파 만파로 사태가 확산됐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또 3번 환자의 아들이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국 출장을 감행, 중국정부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측의 무신경에 대해 섭섭한 반응을 보였다.
▲ 감염 온상이 된 응급실과 병문안 문화
메르스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단시간에 넓게 퍼진 것은 우리 병원의 독특한 문화 탓도 있다.
모두 대형병원을 찾는 바람에 응급실이 복새통을 연상케 했으며 많은 사람이 병문안을 와 장시간 머물러 병을 옮기기에 딱 알맞았다.
이에 응급실 운영구조 개선, 병문안 인원 제한, 감압병실 설치 등 뒤늦게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다시 양성으로 판정됐음을 알리는 방송화면. JTBC |
△4월18∼5월3일 = 1번(68) 환자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업을 하며 체류해오다 업무 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5월4일 = 1번 환자 카타르를 경유해 인천공항 통해 귀국, 입국 당시 증상 없음.
△5월11일 = 1번 환자 입국 7일만에 38도 이상 고열과 기침 증상 첫 발현.
△5월12~14일 = 1번 환자 아산서울의원 외래 진료.
△5월15∼17일 = 1번 환자 평택성모병원 입원. 2인실에 3번(76) 환자와 함께 입원.
△5월17일 = 1번 환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방문, 365서울열린의원으로 외래 진료.
△5월18∼20일 = 1번 환자 삼성서울병원 입원. 병원 측의 검체 의뢰해 서울시 역학조사관의 역학조사 실시.
△5월20일 =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국내 최초 확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 1번 환자의 부인(63·여) 두 번째 확진. 보건당국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
△5월21일 = 1번 환자와 같은 병실 쓴 환자 세 번째로 확진. 3번 환자의 딸에 대한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검사·격리 요구했다 증세 없어 거절.
△5월22일 = 3번 환자의 아들, 고열(37.7도)로 응급실 첫 방문. 메르스 환자 접촉 여부 언급 안함.
△ 5월25일 = 3번 환자의 아들, 고열 증세(38.6도)로 두 번째 응급실 방문. 의료진이 중국 출장 취소 권유.
△5월26일 = 3번 환자의 딸 네 번째로 확진. 3번 환자의 아들 중국 출장 강행. 1번 환자 진료한 서울365열린의원 의사 다섯 번째 확진.
△5월28일 = 1번 환자와 동일병동 사용한 환자(6번째)와 평택성모병원 의료진(7번째) 확진.
△5월29일 = 중국 출장 간 3번 환자의 아들과 1번 환자 다녀간 아산서울의원 의료진을 비롯해 총 6명 추가 감염돼 확진자 총 13명.
△5월30일 = 확진자 2명 늘어 총 15명. 평택성모병원 휴진. 충남 계룡대에 근무 중인 P일병이 메르스 감염된 어머니와의 접촉 사실을 군 당국에 자진 신고해 격리 조치됐으나 '음성' 판정.
△5월31일 = 확진자 3명 늘어 총 18명.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메르스 전파력 판단 미흡했다' 사과.
△6월1일 = 확진자 7명 늘어 총 25명. 메르스 사망자(25번 환자) 최초 발생.
△6월2일 = 확진자 5명 늘어 총 30명. 3차 감염자 2명 첫 발생. 메르스 의심 평택 초등학생은 음성 판정. 전국 153개 초·중·고·대학교 휴업 결정.
△6월3일 = 격리자 1000명 첫 돌파. 비격리 3차 감염자 첫 사망.
△6월4일 = 14번(35) 환자와 함께 있던 삼성서울병원 의사(38·35번 환자)를 포함해 확진자 6명 늘어 총 36명. 서울시, 35번 환자가 자가격리 중에 공공장소 활보해 최소 1500여 명의 사람과 접촉했다고 주장.
△6월5일 = 1번 환자의 부인(2번 환자) 첫 퇴원. 공군 원사 포함해 확진자 6명 늘어 총 42명. 보건당국, 평택성모병원 방문자 전수조사 결정.
△6월6일 = 확진자 22명 늘어 총 64명. 국민안전처 긴급재난문자 뒷북 발송.
△6월7일 = 10대 감염자(67번 환자) 첫 발생. 10대 포함해 확진자 23명 늘어 총 87명.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명 일반에 공개. 지방자치단체의 메르스 확진 권한 위임.
△6월9일 = 확진자 100명 돌파.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조사단, 국내 활동 시작. 보건당국, 전국 병원 폐렴환자 전수조사.
△6월10일 = 메르스 의심 임신부 확진. 임신부 포함해 확진자 14명 늘어 총 122명.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일정 연기.
△6월13일 = 4차 감염자(133번 확진자) 첫 발생. 정부, 삼성서울병원에 방역관리 점검·조사단 파견.
△6월14일 =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결정.
△6월16일 = 정부, 메르스 유가족에 심리치료 지원. 지자체 보건소 기능·조직 한시 개편.
△6월17일 = 메르스 의심 성남 7세 초등생 최종 '음성' 판정. WHO "한국, 메르스 지역감염 증거 없어".
△6월18일 =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확진자 발생. 확진자 3명 늘어 총 165명. 삼성서울병원 전직원 메르스 검사.
△6월19일 = 보건당국 "메르스 진정세로 돌아섰다 판단". 황교안 총리, 김우주 감염학회 이사장 '메르스특보' 임명. 마가렛 찬 WHO 사무총장 "메르스 유전자 변이없고 대중유행 위험 낮아".
△6월23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메르스 사태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대국민 사과. 메르스 감염 임신부 완치 판정 후 남아 출산. 강동성심병원 외래·신규입원 중단.
△6월24일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연장 결정. 박근혜 대통령, 미국 질병통제센터(CDC)·WHO 방역전문가 초청해 메르스 논의.
△6월25일 = 감염병 환자 및 질병정보 공개를 골자로 한 이른바 '메르스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국회 본회의 통과.
△6월26일 = 퇴원자 수, 치료중인 환자 수 첫 돌파. 중국 출장을 떠났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0번 환자 퇴원.
△6월27일 =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182번 환자) '무증상 감염'으로 최초 확진 판정.
△6월29일 = 국내 첫 메르스 환자 격리 해제돼 일반 병실서 치료.
△7월1일 = 보건당국, 경영난 겪는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에 건강보험 요양급여 선지급 결정.
△7월2일 = 메르스 확진자 5일만에 추가 발생. 퇴원자 100명 돌파.
△7월3일 = 靑 "메르스 5월20일 최초 인지…대통령 즉시보고".
△7월4일 = 삼성서울병원서 치료받던 메르스 환자 전원(15명) 국립중앙의료원 등으로 이송.
△7월5일 = 186번째 환자 확진.
△7월8일 = 메르스 사망자 2명 늘어 총 35명.
△7월13일 =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 메르스대응 범정부대책회의를 문형표 장관 주재의 차관급 일일대책회의로 전환.
△7월16일 = 문형표 장관 "추가 환자 없으면 8월15일 메르스 종식 선언"
△7월18일 = 격리자 수 두자릿수로 감소.
△7월19일 = 감염경로 '미궁' 평택경찰(119번 환자) 퇴원.
△7월21일 = 마지막 감염자인 186번 환자 퇴원.
△7월27일 = 자가격리자 전원 해제. 메르스 민관종합대응TF, 제4차 회의서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 없다. 일상생활 안심할 단계".
△7월28일 = 황교안 총리 주재 메르스 범정부대책회의 개최. '일상생활을 정상화해달라'는 취지의 대국민담화 발표.
△10월1일 = 마지막 환자인 80번째 확진자(35) 음성 판정. 보건 당국 29일 자정 메르스 종식 선언 예정
△10월12일 = 80번 환자 바이러스 재검출로 입원. 종식 선언 재검토
△10월25일 = 37번째 사망자 발생. 152번째 확진자(66) 메르스 후유증으로 숨져.
△11월25일 = 마지막 80번 환자 사망. 사망자 38명으로 늘어. 메르스 감염자 6개월여만에 '0'
△12월1일 정오(낮 12시) = 보건당국 메르스 위기경보를 '관심' 단계로 하향 조정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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