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와 관련해 17일 ‘한·미 합동실무단’이 밝힌 조사 결과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쉽사리 수긍이 어렵다는 것이다.
17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열린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 제196차 회의에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왼쪽)과 테런스 오쇼너시 주한미군부사령관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미 합동실무단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4월 오산기지에 탄저균 샘플을 배달한 것 외에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5차례나 더 주한미군 기지로 탄저균 샘플을 보냈다. 4월에 오산기지로 보낸 것은 각각 1㎖ 분량의 탄저균과 페스트균 샘플이었고, 이전에는 용산기지로 탄저균 샘플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추가 반입 사례가 없었는지, 제독을 포함한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날 합동실무단이 용산기지로 반입됐던 탄저균 샘플의 양과 구체적인 배달 시점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탄저균 사고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8월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한미합동실무단이 사고현장인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기지 내 생물식별검사실에서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생물방어능력 향상을 위한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의 독성물질이 다양하다는 점을 들어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외에 다른 독성물질이 더 반입됐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을 들어 조사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 내 반미 감정을 우려해 그나마 합동실무단에게 오산기지를 공개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과거 용산기지에서 한강으로 독극물을 무단 방류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굳게 입을 닫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조사도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동실무단 관계자는 “주피터 프로그램이 다루는 생물학 작용제는 15종이 넘지만 한국에는 탄저균과 페스트균 2종만 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추가 반입과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왼쪽)과 주한미군사 헤드룬드 기획참모부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한미 합동실무단 운영 결과' 발표를 마치고 악수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주한미군이 탄저균과 페스트균을 반입해 실험한 다음 뒤처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남는다. 합동실무단 관계자는 “폐기물은 전문 의료폐기업체의 소각처리와 멸균처리 후 폐수처리장으로 흘려 보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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