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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 上] 학교에서 묻다, '그들의 2015년'을…

입력 : 2015-12-21 06:00:00 수정 : 2015-12-21 09: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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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그동안 기뻤던 일도 많았고, 슬펐던 일도 있었을 겁니다. 수많은 사람만큼 저마다 기억하는 '올해'도 다양하겠죠. 문득 시민들의 2015년은 어땠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일보가 직접 길거리로 나서 귀를 열어봤습니다.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이 많았던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정치 이슈를 놓고 거세게 일어난 시위, 그에 따른 진압 등이요. 개인적으로 주위에서도 사람들의 신뢰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신재연(22·여)씨는 “올 한해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18일. 2학기 기말고사와 금요일, 종강 등과 맞물려 캠퍼스는 한산했다. 이따금 학생들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손에 노트를 든 모습. 모두 시험 보러 바삐 강의실로 향하고 있었다.

 

2학기 기말고사와 종강이 맞물려서일까. 캠퍼스는 비교적 한산했다. 바람은 다행히 차지 않았다.


경제학과라고 밝힌 신씨는 “아쉬웠던 일이 강하게 남아 행복했던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는 “참, 내년에 교환학생으로 가요”라며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결정됐는데, 개인적으로 행복한 일이 있다면 그 정도가 될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다행이지만, 겨울 추위는 무시하지 못한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니 마음이 텅 빈 느낌이다.

몸을 잔뜩 웅크린 신씨는 “압박도 심했고, 할 건 많은데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살아온 해가 아니었나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라던 그는 “내년에는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원하는 것 다 이룰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미소 지으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연세대학교 경영관. 기말고사를 앞둔 한 남학생이 교내 게시판을 쳐다보고 있다.


멀리서 두 청년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윤현탁(24)씨와 심호성(24)씨도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중이다. 이들도 신씨처럼 경제학과 소속. 두 사람에게도 “올 한해 개인적으로 좋았던 일과 아쉬웠던 일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윤씨는 “개인적으로 올해 전역한 게 가장 기뻤다”고 웃었다.

그러나 잠시뿐. 그는 “전역을 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중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씨는 내년에 4학년이 된다. 취업의 압박감을 느낄 시기다. 그는 “(공무원 쪽으로) 시험을 준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를 한 단어로 좀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답변은 심씨의 몫이었다. 심씨는 “‘위기'가 아닐까요”라며 “청년실업, 기업사정 등이 좋지 않기 때문이죠”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떻게 보면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으냐”며 낙관적으로 내년을 전망했다.

심씨에게 개인적으로 좋았던 일, 아쉬웠던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여름방학 때 잠시 인턴을 할 기회가 있었다”며 “인턴도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고 답했다. “혹시 내년에 바라는 점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노동개혁법안이 빨리 통과되었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험 준비로 초췌하다며 쑥스러워했던 심호성 씨(왼쪽)와 윤현탁 씨(오른쪽). 이들은 어깨동무가 낯설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는 중국인 유학생 리츄웬(24)씨는 20일로 예정된(인터뷰는 18일) ‘한중 FTA 발효’를 올해의 기뻤던 소식으로 선택했다. 두 나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면, 나중에 취직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온 리씨는 올해 한국생활 2년 차. 그는 내년까지 우리나라에 머문 뒤,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며 “영화를 원래 좋아한다”고 웃었다. 다만, “공부 때문에 올해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2015년을 한 단어로 좀 표현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리씨는 펜을 꺼냈다. 기자가 수첩을 내밀자 그는 조심스레 사자성어를 적었다.

리씨가 적은 단어는 ‘悲喜交加(비희교가)’. 희비가 교차한다는 뜻이다.

리씨는 “즐거움도 있었고, 고통도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예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며 “중국에 돌아간다면 좀 아쉬울 것 같다”던 리씨는 가볍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멀어져가는 리씨에게 3년에 걸친 한국생활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연세대학교 경영관. 기말고사를 앞둔 남학생들이 잠시 계단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전광판에 비치는 각종 공고가 이들과 겹쳐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약 30분 뒤, 이화여자대학교.

멀리 네 명의 여학생이 깔깔 웃는 게 보였다. 앳된 외모가 신입생 같았다. 한 건물 앞에서 다정한 자세로 사진 찍는 모습이 대학생활의 자유를 느낀 1년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굴러가는 낙엽은 없지만, 날아가는 새만 봐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신입생이 아니었다. 멀리 천안에서 올라온 고등학교 2학년 소녀들이었다. 내년 고3을 앞두고, 이대에 온 것은 아마도 동기부여를 위해서리라.

고등학생이어서일까? 이들은 올해 안타까웠던 일을 묻자 “역사교과서 국정화요!”라고 입을 모았다.

 
고3을 앞두고 이대를 찾아온 소녀들이 펄쩍 뛰어올랐다. 앳된 외모에 쑥스럼이 많았던 소녀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올해의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를 나눈 이진주 양은 사진 맨 왼쪽, 이수진 양은 맨 오른쪽.


이진주(18) 양은 “정부가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구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수진(18) 양도 “(국정화는) 역사를 왜곡할 수 있어요”라며 “사람마다 관점이 다른데, 통일하면 하나의 관점이 역사책에 들어가요”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를) 다양하게 보는 시각이 없어질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소녀들에게 “내년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자 하나같이 “대학 입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혹시 이곳에 오는 게 꿈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들은 “음, 목표는 누구나 세울 수 있으니까요~”라며 “받아주신다면야” 하고 깔깔 웃었다.

* 내일(22일) [길에서 만나다 下] 명동 거리에서 묻다, '그들의 2015년'을… 편이 이어집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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