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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날아보자” 불붙은 항공기 투자

입력 : 2015-12-22 20:32:07 수정 : 2015-12-23 0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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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등 잇단 참여
#1. 교보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월 항공기 에어버스 A380-300을 사들이기 위해 자금 조성에 나섰다.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목표액 2억9300만달러(약 3440억원)가 하루 만에 다 채워졌다. 이 항공기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에티하드항공이 임대방식으로 신규 도입하는 것으로, 15년 임대계약을 맺었다.

#2. HMC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싱가포르항공이 운항 중인 중고 에어버스(A330-300)를 매입했다. 글로벌 항공기임대업체인 에어캡에 소유권이 있던 것으로, 9800만달러(약 1150억원)에 소유권과 리스권을 모두 넘겨받았다. 싱가포르항공은 항공기 리스료로 월 78만달러를 내게 된다.


증권가에서 항공기를 사들여 임대수익을 얻는 항공기 투자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항공기 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채권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올해 들어 투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 속에 주식시장까지 들쑥날쑥해 수익내기가 어려워지면서 항공기 투자에 몰리는 자금은 갈수록 더 불어날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들이 항공기 투자를 위해 모은 자금은 약 9억달러(약 1조570억원)에 달한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7200만달러, 400억원을 조성해 UAE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할 항공기에 투자했다. HMC투자증권은 6월 글로벌 물류회사 DHL이 이용할 화물기 투자를 위해 9200만달러를 모았다. 

교보증권과 NH투자증권도 항공기 투자에 발을 들여놓았다. 보험사와 연기금이 주요 투자자들이다. 교직원공제, 국민연금, 경찰공제회 등이 항공기 투자에 나섰고, 한화생명, 롯데손해보험, 동부화재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항공기 투자는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항공기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이나 항공기 임대업체에 투자하거나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PC나 임대업체가 항공사와의 항공기 임대(리스)계약을 담당한다.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면서 리스료나 이자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항공기 임대는 최소 8년에서 최대 15년까지 진행되기에 장기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에어버스와 보잉 양사가 독점으로 항공기를 공급하는 폐쇄적인 산업구조여서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도 작다. 투자 수익률은 대략 연3∼4% 수준이다. 중·후순위 대출채권인 경우에는 5∼6%까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대우증권 대체투자 담당 관계자는 “리스료는 항공사나 임대업체의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동일한 신용등급의 회사채나 국채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높은 데다 항공기라는 담보도 있어 안전하다”며 “달러 자산이다 보니 헤지를 하게 되면 추가수익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산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인구 증가와 글로벌화에 따른 해외여행 증가에 따라 항공여객 수요는 상승세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2033년까지 항공기 교체 및 추가도입을 위해 필요한 신규 항공기 수요가 3만8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리스료를 지급해야 할 항공사가 파산하는 경우도 있고,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거나 손상으로 중고 매각가치가 투자금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2008년 중고 여객기를 구입해 태국 저가항공사에 빌려 준 뒤 수익을 얻는 항공기 펀드가 판매됐는데 태국 반정부 시위 등 정세불안과 금융위기여파로 항공사가 파산해 손실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김은기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주로 유럽계 은행이 주도하던 항공기 투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며 “국내 기관들의 항공기 투자 자금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개인도 투자할 수 있는 신탁이나 공모형의 항공기 투자 상품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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