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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지혜를… 인성 살찌우는 동시 50편

입력 : 2015-12-26 03:00:00 수정 : 2015-12-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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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정직·절제·자율·소통·예의 등
필요한 덕목들 ‘동시’로 길러줘
동시로 배우는 인성/김종상 지음/김세희 그림/파랑새/1만원

“연필깎이 칼날을/ 창밖으로 던졌다/ 갓 돋아난 새싹들/ 목이라도 베면 어쩌지/ 잠이 오지 않는다// 뜨겁게 끓는 물을/ 텃밭에 버렸다/ 알몸뚱이 벌레들/ 살이라도 데면 어쩌지/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 책임감 일부)

김종상 지음/김세희 그림/파랑새/1만원
인성을 함양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다른 존재들, 세상 만물을 보살피고 아끼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무심코 버린 칼날에 새싹이 베일까, 텃밭에 버린 뜨거운 물에 벌레들이 데어 죽지 않을까 걱정하며 잠 못 이루는 아이의 여린 감성을 보여 준다.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 시다. 해설에서 작가는 그것이 책임감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은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그것이 주변에 미칠 영향과 결과를 생각하는 신중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정을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아침 학교 길에서/ 낯선 아이를 만났다// 눈이 마주쳤을 때/ 내가 싱긋 웃어 주었다/ 그 아이도 웃어 주었다//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 그 아이가 먼저 웃어 주었다/ 나도 웃으며 헤어졌다// 그날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웃음’- 사회성 일부)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 친구를 사귀기 위해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눈이 마주쳤을 때 싱긋 웃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 인성은 관계의 경험을 쌓으며 형성된다. ‘웃음’은 작지만 한 걸음씩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 즉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법을 보여준다.

김종상 시인이 정직, 절제, 자율, 소통, 예의, 공동체의식 등 어린이에게 필요한 덕목에 관한 시 50편을 썼다. 시는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 사람과 사람사이 필요한 예의, 삶을 살아가는 데 알아야 할 용기를 일러준다. 생활 속에서 겪는 짧은 장면을 시로 표현하며 어린이들이 자신의 상황에 시를 대입해 볼 수 있게 한다. 시인은 “50편의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지식보다는 지혜를, 재주보다는 성품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길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간다. 세상의 중심이었던 자신이 수많은 존재 중 하나로 객관화되는 것을 겪으며 사회화가 시작된다. 끊임없이 침범해 오는 타자와 충돌하며 어린이는 스스로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을 나처럼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인성은 그처럼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치고, 다시 일어나 치유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우리 안의 감성은 나와 다른 존재에게서 나와 같은 점을 발견하며 서로 공감하고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올바른 인성은 비옥한 감성의 토양에서 자라난다. 이 동시집이 어린이들의 감성을 살찌우는 비료가 되어, 만물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참된 인성의 떡잎을 피워 줄 것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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