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혼외자 공개 파문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총수 및 재벌가 2, 3세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도덕성 이슈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재벌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과 파급력의 크기를 감안할 때 공인 못지 않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우리 경제의 산업화 단계에서 재벌이 성장하는데 더해진 정권 차원의 각종 특혜 등을 감안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최 회장의 이혼이나 혼외자가 가정사이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덕적 비난을 넘어 실정법을 어긴 재벌 총수나 오너 일가에는 더 큰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면서 반기업·반재벌 정서를 촉발시키는 경우도 있다.
◆재벌가 이혼사례 흔히 찾아볼 수 있어
실제 국내 이혼건수만큼이나 재벌가의 이혼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가에서는 경영 계승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미 이혼 절차를 끝냈고,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이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고현정씨와 결혼과 이혼을 거치면서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다.
최 회장의 경우 단순 이혼이 아니라 혼외자 문제인데다 형사 사건으로 사면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이혼이나 혼외자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는 '법'을 어긴 것은 아닌 만큼 횡령이나 배임 등 기업범죄를 저지른 경우나 마약·주가조작 등을 행한 재벌 2세들의 범법행위와 비교할 수는 없다.
◆비뚤어진 오너십, 특권의식…각종 사건사고 일으켜
재벌가의 비뚤어진 오너십과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 각종 사건사고는 잊을만하면 불거져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선 가장 가까이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JFK 국제공항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항공기를 램프리턴토록 하고 사무장은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 전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에 2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씨는 이른바 '맷값 폭행'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최씨는 2010년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2000만원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최씨 사건은 올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돼 다시 한번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주가조작으로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대에 선 LG그룹 방계 3세 구본호씨,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분식회계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도 범죄에 연루된 대표적인 사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고 정주영 회장의 손녀인 정모씨 등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목소리 높아져
이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재벌가는 잘못된 특권의식, 기본적 윤리의식 부족 등으로 지탄받았고 그 여파는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 담론으로 이어졌다.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 고생하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들이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는데 대한 국민적 공분은 커져왔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가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으로 보는 이(54.8%)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이(34.4%)에 비해 훨씬 많았다.
그 이유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기 때문', '그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주로 돌아올 정도로 여전히 우리 국민은 재벌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다만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와 도덕적 문제는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생활 문제에 대한 지나친 관심, 정상적 기업 활동에 부담
재벌가의 이혼 등 사생활 문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기업인들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정상적 기업활동에 부담만 될 수 있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고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근거없는 반기업 정서 등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벌가 개인의 사생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반재벌 내지 반기업 정서로 확대될 경우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특히 사생활과 관련된 근거없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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