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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구조조정 고삐 더 죈다

입력 : 2015-12-30 19:33:10 수정 : 2015-12-30 21: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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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최대한 신속히 정리”
올 54곳… 2010년 이후 최대
C등급 11곳 채권단 주도 워크아웃
D등급 8곳은 법정관리 수순으로
재벌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대기업 1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추가됐다. 상반기에 선정된 35개사를 합하면 올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은 총 54개다. 2010년(65개)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5년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관계부처 합동 명의의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신속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천명했던 금융당국이 해가 바뀌기 전 다시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회 공전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이 올해 사실상 물 건너간 점이 구조조정 가도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채권 금융기관에 ‘강제성’을 적용해 신속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이 법은 올해 말로 일몰을 맞는 한시법이다. 금감원은 기촉법 실효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채권 금융기관 자율의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운영협약을 토대로 기촉법에 준하는 절차를 그대로 적용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 금융기관이 발뺌하면 강제수단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년 만에 위험 대기업 19개 추가

채권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중 잠재 부실위험 가능성이 있는 368개사를 대상으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벌였다. 통상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1년에 한 차례 실시하는데 올해는 한계기업을 신속히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하반기에 수시 평가를 추가로 벌였다.

이 중 19개사가 C∼D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지난 7월 발표한 상반기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 16개, D등급 19개사가 선정된 데 이어 6개월 만에 부실 징후 대기업 19개사가 추가된 것이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상반기 정기평가 때보다 선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면서 “그동안 구조조정 대상 선정을 미뤄온 기업이 있었던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철강이 3개사로 가장 많고, 조선·기계제조·음식료 부문이 2개, 건설·전자·석유화학·자동차·골프장 업종 각 1개다. C등급은 부실 징후는 있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11개사, D등급은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으로 8개사다. 이에 따라 C등급 기업은 채권 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D등급 기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 전자는 정상화, 후자는 정리가 방점이다.

금감원은 이날 구조조정 대상 기업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벌 계열사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만 말했다. 최근 워크아웃이 결정된 동아원 등 3개 상장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9개사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총 12조5000억원이며 이들 기업구조조정 추진으로 은행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산업별 구조조정 방향

정부는 조선·해운 등 산업별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해운산업은 민관합동으로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일반 금융사,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등이 투자해 펀드가 조성되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새로운 선박을 건조한다. 이는 BBC(bare boat charter·나용선·裸傭船) 방식으로 해운사에 빌려주게 된다. BBC 방식이란 해운사가 선박을 빌려 맡아서 운용하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선박금융의 한 방식이다. 해운사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 배를 건조한 뒤 소유권도 갖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 정부가 해운산업 지원을 위해 선박 감가상각 등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국내 등록된 선사는 지원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부채비율이 400%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3분기 말 현재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이하 연결기준)은 687%, 현대상선은 980%에 달한다. 증자 등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셈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안을 마련한 만큼 해운사도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은 채권단 주도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원안대로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STX조선은 규모 감축을 통해 탱커 및 LNGB선에 특화한 중소 조선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 중 합섬원료, 철강 업종 중 합금철 부문 등은 향후 수요부진이 전망됐다. 정부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설비조정 등으로 공급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이진경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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