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처리한 법률안 등 안건은 모두 6939건으로 17대 5022건보다 많으나 18대 국회 8273건보다 낮다. 4·13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18대 국회 성적을 크게 웃돌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될 안건은 1만여건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6489건, 17대 3346건과 비교하면 최소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관용, 임채정, 박희태 |
17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장은 통화에서 “특별히 무엇을 이뤄내지도 못하고 현안도 풀지 못한 기대 이하의 국회였다”며 “이번 국회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편치 않았던 것 같다”고 총평했다.
다만 18대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전 의장은 “생산성은 조금 낮았지만 국회가 민주화하는 데 상당히 진일보했다”고 위안을 삼았다. 선진화법으로 폭력이 사라진 점은 한 단계 진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6대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 전 의장은 “선진화법을 잘못 선택해 국회가 완전히 식물국회가 됐다”며 “입법이 야당 ‘결제’에 의해 이뤄지는 아주 초유의 해괴망측한 국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쟁점법안 처리에 반대하면 상임위 논의조차 기약할 수 없는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의장들은 20대 국회가 지금보다 더 나은 국회가 되기 위해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신뢰회복을 주문했다.
박희태 전 의장은 “내가 정치학을 배웠을 때에도 정치는 타협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번 국회에서는 타협의 정치로 보다 성숙한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임 전 의장은 “지난 국회는 국정에 큰 책임을 져야 할 집권당이 야당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밀어붙이기만 해 국회 기능을 살리지 못했다”며 “(20대 국회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지시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명실상부한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입법부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청와대와 정부의 소통 방식에 변화를 줄 것을 주문했다. 박 전 의장은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정부가 ‘이런 법이 필요하다’고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내면, 국회에 와서 왜 이런 법안이 필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어떤 의미에서 입법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비행기에서도 야당 의원들에게 법안을 설명하며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과시켜달라고 던져놓고 자기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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