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속 설치돼 대형사건 전담 예정
민변 “표적·청부수사 통한 통치” 비판
박 대통령은 5일 올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각 부처는 부정부패 척결에 더욱 매진해주길 바란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계속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패 요인을 선제적으로 감시·경고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예산 낭비와 비리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대형 국책사업을 비롯해 정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나가길 바란다”면서 “사전예방 조치를 곧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집권 4년차인 데다 총선이 실시되는 해를 맞아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며 강한 어조로 척결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고 전·현 정권 실세들이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는 뜻밖의 악재 속에서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노력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있기 전부터 법무부와 검찰은 ‘부정부패 수사 강화’를 올해의 화두로 제시하며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특별수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사회지도층 비리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국가재정 부실을 초래하는 기업·금융 비리 △국가안보의 균열을 가져오는 방위사업 비리를 대표적 부정부패로 규정한 뒤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며 강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검찰이 조만간 출범할 ‘반부패TF팀’에 눈길이 쏠린 이유다. 반부패TF팀은 옛 대검 중수부처럼 검찰총장 직속으로 설치돼 총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국 단위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전담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수부가 TF팀 형태로 부활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총장 직속 수사기구를 만드는 진짜 이유는 ‘표적 수사’ ‘청부 수사’를 통한 통치”라며 “그간 정권의 검찰 장악 통로이자 정치검사 양성소 역할을 해온 중수부의 부활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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