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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끝모를 추락… 장중 30달러 붕괴

입력 : 2016-01-13 18:23:14 수정 : 2016-01-14 02: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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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2003년 12월 이후 처음…배럴당 ‘10달러까지 하락’ 관측 국제유가 추락이 끝이 없다. 배럴당 20달러대가 현실화했고 1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4년 여름만 해도 100달러대였다. 1년반 만에 5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0달러선에 턱걸이하는 것으로 마감하기는 했으나 장중 29.97달러까지 떨어졌다. 30달러선이 200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다.

유가 추락은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공급 과잉은 미국과 중동 산유국의 ‘치킨게임’에서 비롯됐다. 세계 원유 생산량은 미국이 셰일 오일을 개발하면서부터 급격히 늘었는데, 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미국과 ‘치킨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성장 둔화 등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유가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지속 중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이날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과거 한국 경제에 유가 하락은 축복이자 기회였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날개가 꺾인 듯이 하락하는 가운데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주 윌크스배리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윌크스배리=AP연합뉴스
또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커진다. 결과적으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본격화한 2014년 말∼2015년 초만 해도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지난해 초 공동으로 발표한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저유가가 이제는 근심거리로 돌변한 상황이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너무 많이 떨어지면서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압도하는 탓이다. 당장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우리 수출의 58%를 차지하는 신흥국이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이들 나라로의 수출이 줄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7.9% 줄었는데 여기엔 저유가 영향도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고 유가 하락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유가 효과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 효과를 소비와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부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제품 경쟁력을 키운다면 저유가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권이선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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