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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房·房·房…이젠 지겹다 '방'

입력 : 2016-01-14 16:00:00 수정 : 2016-01-14 20: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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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 김모(19)군은 고향인 전라북도 전주에서 올라와 학교 앞 5000만~6000만원 전세방을 구해보려 했지만 매물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 십여 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김군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인 원룸으로 계약했다.

개강을 앞둔 서울 대학가에는 지금 방 구하기 전쟁이다. 개강을 한달 가량 앞둔 요즘,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은 넘쳐나지만 기숙사와 전셋집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저금리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고, 선호도가 높은 원룸의 경우는 월세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 서울 신촌 대학가에는 전세매물 가격표를 붙여놓은 부동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광고지가 붙은 담벼락이나 전봇대에는 월세 매물로 가득한 상황이다.

◆학교와 가까운 방 구하려면 미리 발빠르게 움직여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 전세대란 때문에 기말고사가 시작할 무렵인 12월부터 미리 전세방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도 전세나 반전세 매물은 거의 없다"며 "월세 매물도 저렴하거나 학교와 가까운 방을 구하려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생 원룸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월 임대료로 평균 42만원 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비까지 하면 한달 평균 약 50만원을 주거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0.4%에 불과했다. 재학생 10명 중 1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숙사에 배정받아도 비싼 기숙사 비용 때문에 좌절하는 학생들도 많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기숙사 비용은 월 62만원(1인실 기준)으로 대학가 주변 원룸 월세보다 비싼 수준이다.

◆고시텔·셰어하우스 등 '잠만 자는 방'이 대안

학비에 생활비까지 부담해야하는 대학생들은 주거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잠만 자는 방'인 고시텔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가에 가면 '잠만 자는 방 있음'이란 안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잠만 자는 방은 책상 하나와 성인 1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전부다.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이용한다. 보증금은 없고 월 15만~20만원 수준이다. 주거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또 최근 빌라나 아파트에서 거실이나 주방·욕실 등은 공유하고 침실 등 개인 공간만 따로 사용하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거실·베란다 등 원룸에서는 누릴 수 없는 공간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경기도 일부 대학가 빈방 속출…'방 구하기' 전쟁 무색

반면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경기도내 일부 대학가 원룸지역에서 빈 방이 속출하며 '방 구하기'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원룸이 수익을 내기 위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 이로 인한 우후죽순식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원시 영통구 소재 한 대학교 인근 A원룸은 운영하는 지난해부터 개강이 시작돼도 12개 실 중 평균 2~3개의 방이 공실로 남아 있다.

인근 다른 대학교 주변 원룸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문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B원룸은 19㎡를 기준으로 보증금 300만원, 월 35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8개의 방 가운데 2개의 방이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입주 5~6년차 원룸, 구식으로 취급 받아…'CCTV 설치' 등 홍보문구 내건 경우도

대학가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이 같은 원인으로 최근 3~5년 사이 도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원룸 신축이 급속도로 진행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현상을 꼽았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서 비교적 신규 원룸으로 구분되는 입주 5~6년차 원룸도 대학가 주변에서는 구식으로 전락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학교 주변 입주 5~6년차 및 입주가 10년이 지난 원룸들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한집 걸러 '인터넷 무료', 'CCTV 설치'라는 홍보 문구를 써 붙여 학생 끌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최근 5년 사이 원룸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공급이 수요를 넘은 상태"라며 "이 때문에 몇몇 원룸들은 비교적 저렴한 수도세와 인터넷 사용비 등은 거의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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