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더 오른쪽… 문재인·안철수 '중도 껴안기'

더민주, 김종인 원톱 경제민주화 전면에
중도성향 전문가 그룹이 공략 힘 보태
국민의당, 진보 한상진·보수 윤여준 투톱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문과 차별화

더불어민주당과 가칭 국민의당 간 정책·노선 경쟁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더민주는 전통적 기반인 야당 지지세력에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당은 중도지대에 새 둥지를 트는 동시에 보수층까지 견인하는 광폭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 뒤에는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책사들이 뛰고 있다.

“함께 갑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15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도중 김 위원장의 마이크 높이를 조절해 주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전날 전격 영입된 더민주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원톱 책사로 선거전을 이끈다. 김 선대위원장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총선 구상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지난 대선 경제민주화 공약을 성안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지만 결국 ‘팽’(烹)당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엔 야권에서 다시 한 번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도 최근 “이번 총선은 불평등한 경제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심판, 낡은 경제 세력과 새 경제 세력의 대결, 낡은 기득권 정치와 미래 정치의 대결”이라며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대선에서 그 위력이 확인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중도층을 흡수해 지지세력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카드를 통해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서 중도와 보수진영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와주세요” ‘국민의당’(가칭)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왼쪽)이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내 한 식당에서 열린 김대중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모임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톱(김 위원장)을 떠받칠 선수들의 면면에서 중도층 공략의 의지가 읽힌다. 치안(표창원)과 벤처(김병관), 외교·안보(이수혁), 국제 통상(오기형), 삼성전자 첫 고졸 여성임원(양향자), 기재부 출신 교수(김정우) 등 중도 성향의 30∼40대 전문가 그룹이 중도층 공략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인 한상진·윤여준 책사 투톱을 중심으로 중도층과 보수층 끌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이승만 국부론’을 제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이승만 국부론과 관련, “우리나라가 이념적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지가 문제”라며 “그런 과정에서 제기했고, 크게 보면 국민통합이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평가 뒤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하며 묘역 참배에 부정적인 문재인 대표와 뚜렷한 차별화 효과를 얻고 보수층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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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이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정부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문 대표가 정부의 안보무능과 정보부재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은 친노(친노무현) 운동권 그룹과 결별하고 비노계 탈당파 의원들이 다수 합류하면서 운동권 색채 탈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 분당의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더민주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이날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회동해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유불리를 떠나 가치와 철학을 기준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정 전 총리와 같은 행선지로 가려고 한다”고 공동행보 방침을 시사했다.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행보를 같이하겠다는 얘기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에는 서울 모처에서 안 의원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