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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기분좋은 데자뷰 '초반 부진, 중후반 대약진', 그 비결은?

입력 : 2016-01-19 09:03:16 수정 : 2016-01-19 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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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데자뷰.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한다. 최초의 경험임에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가리킨다. 

여자 프로배구에서도 ‘데자뷰’가 느껴진다.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행보로 부진했던 IBK기업은행. 시즌 중반 들어 자신들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으며 ‘패배’란 두 글자를 잊은 듯하다. 흡사 지난 시즌에도 초중반까지 3위 자리조차 안심하지 못했으나 후반기 들어 상승세를 타며 결국 ‘봄배구’에서 플레이오프 2연승, 챔프전 3연승을 거뒀던 모습이 연상된다. 더욱 비슷한 점은 지난 시즌에도 올 시즌에도 초중반까지 선두 자리를 지킨 팀은 현대건설이었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유행어처럼 ‘어차피 여자 프로배구 우승은 IBK기업은행’이란 말인가. 

IBK기업은행은 18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과의 홈 경기에서 리즈 맥마혼(31점)-박정아(12점)-김희진(11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3-0(25-15 25-15 25-17) 완승을 거뒀다. 파죽의 8연승 행진으로 승점 3을 챙겨 승점 43(14승6패)이 된 IBK기업은행은 승점 41(14승6패)에 그대로 머문 현대건설을 2위로 끌어내리고 90일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IBK기업은행의 상승세가 더욱 무서운 점은 최근 거둔 8연승에서 단 한 차례도 풀세트 접전으로 인한 ‘승점 손실’ 없이 승점 24를 오롯이 챙겼다는 점이다. 2012~13시즌 작성한 팀 자체 최다연승 기록인 9연승에 단 1승 차이로 다가섰다. 

현대건설과의 1~3라운드 맞대결서 3전 전패를 당한 IBK기업은행. 그러나 IBK기업은행의 상승세 앞에 ‘천적 관계’ 따윈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이날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이정철 감독조차 “오늘 경기는 완벽했다”라고 감탄할 정도. 공격 득점 43-35, 블로킹 11-2, 서브득점 4-2까지 모든 면에서 현대건설을 압도했다. 여기에 범실마저도 8개로 현대건설(17개)에 비해 반 이상 적었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의 조율 아래 리베로 남지연과 채선아-전새얀이 교대되어 들어와 지킨 코트 후방은 든든하게 현대건설 공격을 걷어올렸다. 

공격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우선 맥마혼(공격성공률 59.09%)의 1m98 장신을 앞세운 타점 높은 강타가 현대건설 코트를 쉴 새 없이 때렸다. 맥마혼은 31점을 퍼부으면서도 공격성공률은 59.09%로 매우 높았다. 여자부 최강 높이를 자랑하는 현대건설의 블로커들조차 맥마혼의 강타를 제어할 방법은 없었다. 흡사 지난 3년간 V-리그 코트를 지배한 레오를 보는 듯 했다. 

맥마혼의 맹활약은 이날은 라이트 대신 센터로 출격한 김희진의 희생이 곁들여진 것이었다. 이날 인터뷰실에 들어선 리베로 남지연은 “희진이가 코트 가운데에 있으면 상대 블로커는 견제하지 않을 수 없어요. 희진이 덕분에 맥마혼은 원블로킹이나 완전치 않은 투블로킹을 두고 때리니까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죠”라고 설명했다. 김희진 본인도 블로킹 2개 포함 11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64.29%에 달했다. 

더욱 반가운 것은 그간 센터와 레프트를 오가며 다소 부진한 듯한 박정아의 반등이었다. 이정철 감독은 이날 박정아를 레프트로 출격시켰다. 상대 라이트 공격수 황연주 봉쇄를 위해서였다. 1세트 초반 황연주와 1대1 상황에서 완벽하게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출발한 박정아는 한 경기 개인 최다인 5블로킹 포함 12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감독도 “정아가 황연주와 한유미 등 상대 라이트 공격수들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아줬다”며 치켜세웠다.   

이정철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준비한 대로 모든 게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면서 “지금의 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8연승에 대한 특별 포상은 없냐고 묻자 이 감독은 “마음 같아선 일주일 외박도 주고 싶지만, 3일 뒤 KGC인삼공사와 경기가 있으니 내일 오전 운동은 빼줘야겠다”면서도 “아~경기에 나서지 않은 백업 선수들은 빼고”라며 웃었다. 이를 수훈 선수 인터뷰에 들어온 김사니, 남지연, 박정아, 김희진에게 전하자 넷 모두 입을 모아 “감독님은 말만 그러세요”라고 입을 삐죽거렸다.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초반 부진, 중후반 대약진’을 보이는 비결을 묻자 주장 남지연이 IBK기업은행만의 독특한 문화를 전해줬다. 그는 “올 시즌 준비가 확실히 예전만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됐었고, 감독님도 대표팀 감독으로 다녀오셨다. 사니 언니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서 “우리 팀 선수들은 서로에게 ‘괜찮다. 괜찮다’라며 다독이기 보다는 ‘이거 아니면 우린 죽는다’라며 서로 다그친다. 팀에 처음 왔을 때 기량도 아쉬웠지만 책임감이 부족했던 맥마혼에게 ‘니가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우린 진다’라며 책임감을 강하게 심어줬다. 우리는 서로 독려하지 않고, 서로에게 관대하지 않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서로에게 독해지는 것, 이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창단 뒤 4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2회, 챔프전 우승 2회로 ‘신흥 명문’으로 올라선 IBK기업은행다운 모습이었다.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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