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판매는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끝난 직전 분기에 아이폰을 7천480만대 팔아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에 미달하는 수준이며 사상 최저의 증가율이다.
특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매출이 오는 3월 끝나는 분기에는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애플은 현 분기에 해당하는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500∼530억 달러 사이며, 총 마진율은 39∼39.5% 선일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유로화와 엔화 등의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대폭 하락한 탓에 애플은 판매가격을 올렸는데 환율 요인이 없었다면 애플의 지난 분기 매출은 8%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선진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신제품 교체 수요가 감소하는 등 아이폰의 수요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매출이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의 수요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크다.
올초에는 애플이 아이폰 6s와 6s 플러스의 1∼3월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30% 정도 줄일 것이라는 보도로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특히 애플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메이커인 삼성전자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동시에 신흥시장에서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만든 저가폰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기존 모델을 뛰어넘어 소비자들을 놀라게할만한 제품이 나오지 않는데다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여건 악화까지 겹쳐 애플은 시련을 겪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2월 133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8일에는 14개월만에 종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미 지난 6개월간 애플의 시가총액은 1천500억달러 감소했다.
현재는 시가총액 5천5572억달러로 세계 1위이지만 2위인 알파벳(구글·4천969억달러)에 따라잡히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 주식에 대한 평가는 매출이 급성장하는 기업인 '성장주'에서 예측 가능한 실적을 내는 회사인 '가치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최근 진단했다.
애플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 위해 '마지막 남은 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애플은 이미 인도 정부에 애플스토어 매장을 열고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현재는 인도 내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 수준이지만, 휴대전화 가운데 스마트폰 비중이 35%에 불과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쿡 CEO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장기적으로 애플에 좋을 인도와 같은 시장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브라질, 러시아 등 전망이 어두운 국가에도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제품이던 아이폰 판매증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주춤하고 노트북 제품인 맥의 판매도 줄어들면서 새로운 사업분야로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상현실(VR) 분야에 애플이 진출할 것이라는 외신들의 분석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쿡 CEO는 콘퍼런스 콜에서 VR에 대한 질문에 "(VR은) 틈새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우 멋지며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최근 VR 분야 최고 인재로 꼽히는 더그 보먼 버지니아공대 교수를 영입했고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 개발업체 '이모션트'를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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