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
현대건설은 전반기를 12승3패로 마쳤다. 트라이아웃 제도 하에서 유일하게 수비형 외국인 선수인 에밀리 하통을 뽑아 우려를 샀지만, 그 발상의 전환은 적중했다. 에밀리는 쏠쏠한 공격력과 더불어 리시브에도 가담하며 공수에 걸쳐 팀 공헌도가 높았다. 에밀리의 부족한 화력은 ‘연봉퀸’ 센터 양효진과 ‘코트 위의 꽃사슴’ 라이트 황연주가 보탰다. 양효진의 전매특허인 오픈성 개인 시간차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고, 리시브 부담에서 해방된 황연주는 자신의 공격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렇게 거침 없이 달리며 현대건설은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4라운드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시작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흥국생명에 당한 0-3 패배였다. 이후 지난 7일 GS칼텍스를 3-1로 꺾으며 흔들림을 최소화했지만, 11일 도로공사전과 18일 IBK기업은행전을 연달아 0-3으로 셧아웃 당하며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패할 경우 선두자리를 내줄 수 있었던 IBK기업은행과의 일전에서는 세 세트 모두 20점조차 넘기지 못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였다. 1~3라운드에서 3패만 당했던 현대건설은 4라운드에만 3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맞은 5라운드 첫 경기인 27일 흥국생명전. 무엇보다 승리가 절실했다. 상대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이 발뒤꿈치 부상으로 결장했기에 낙승이 예상됐다. 1,2세트를 따낸 현대건설은 3세트 들어 토종 선수만으로 완강하게 저항한 흥국생명에 내줬다. 4세트 초반에도 6-11로 뒤지며 4라운드 경기력을 되풀이하는 듯 했지만, 높이의 힘이 되살아나며 기어코 역전을 해냈다.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한 현대건설은 승점 3을 온전히 챙겨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비록 외국인 선수가 빠진 상대로 거둔 승리였지만, 위기에 빠진 현대건설에게 상대의 사정에 상관없이 ‘승리’라는 두 글자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에밀리가 팀내 최다인 20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지난 IBK기업은행전에서 단 1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던 황연주가 블로킹 4개 포함 18점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삼각편대의 마지막 조각인 양효진도 18점으로 ‘명불허전’의 활약을 선보였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 들어선 황연주와 양효진은 그간의 가라앉은 팀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황연주는 “IBK기업은행전 이후 9일 동안 경기가 없어 더욱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고, 양효진 역시 “팀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도 바꾸기 힘들었다”고 했다.
둘이 꼽은 팀 분위기를 바꾼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선수들끼리 말을 많이 하며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조언하는 수다 혹은 대화였다. 양효진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일부러라도 팀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했다. 주전 선수 중 가장 어린 (정)미선이도 선배들에게 스스럼없이 플레이에 대해 지적하는 등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황연주도 “훈련이 힘든 건 견딜만 하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처지는 게 더 힘들다. 연패 중이고 앞서 치른 경기들을 너무 못했는데, 이런 이유로 더 진지하고 심각해진다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서로 농담을 나눴는데, 의외로 그렇게 한 것이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한 현대건설. IBK기업은행에게 내준 선두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현대건설은 오는 다음달 1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다시금 연승 행진에 도전한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