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족’, ‘아침형 인간’은 유전자가 결정한다.”
유전자 검사 회사 23앤드미(23andMe)가 9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버지(The Verge)와 AFP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하인즈 연구원이 이끄는 23앤드미 연구팀은 지원자 8만9283명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 패턴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인간의 시간 유형(chronotype)을 결정하는 15개 게놈(염색체에 담긴 유전자) 영역(region)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를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의 주요 활동 시간과 유전자와의 상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 일단 회사에 유전자 정보가 등록된 의뢰인들을 상대로 ‘당신은 아침형입니까, 저녁형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43.6%(3만8937명)는 자신이 ‘아침형 인간’이라고 답했고 나머지(5만346명)는 저녁형이라고 했다.
연구팀이 1500만개 정도의 응답자들의 ‘유전자 변이주’(genetic variant)를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아침형 인간에게서는 15개의 게놈 영역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이들 유전자가 각각 5∼25%씩 아침형, 저녁형과 같은 인간의 시간유형(혹은 생체리듬)을 결정한다고 하인즈 팀장은 설명했다.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유전자는 시신경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i)이라고 불리는 뇌 시상하부에 위치해 있다.
연구팀은 아침형 인간일수록 더욱 건강한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침형 인간은 불면증이나 수면 중 무호흡증을 겪지 않았다. 올빼미족에 비해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적었다. 체질량지수(BMI) 역시 저녁형보다는 아침형 인간이 훨씬 낮았다. 연구팀은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 왜 올빼미족보다 건강한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번 결과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에란 타우버 교수는 “9만명에 달하는 표본수는 물론이고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특정화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연구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설문조사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고, 나이와 성별 이외에 지역이나 계절 등에 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고 버지는 지적했다. 시간유형은 유전적 요인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의 영향도 있는데 연구팀이 ‘과다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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