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 탓에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핵보다 수위가 낮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제재 강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3일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IMO에 보낸 통보문을 통해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오는 8∼25일 중 오전 7시∼낮 12시(평양시간)에 지구관측위성인 광명성을 쏘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전략탄도미사일의 위력은 상당하나 그동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강도는 핵실험에 비해 가벼웠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인공위성 운반체(대포동 2호, 은하 2호, 은하 3호)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엔 안보리 대응(결의 또는 의장성명)→핵실험→유엔 안보리 대응(결의)이라는 패턴을 보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재가 있은 뒤 북한이 이에 반발해 핵실험을 하면 보다 강력한 제재가 나오는 식이었다. 이번에는 역순이다.
4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국제사회는 북한 핵·미사일 제재를 동시에 논의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관련국이 북한이 위성발사 기간으로 예고한 8∼25일 상황을 지켜보려 할 가능성이 커 북핵 결의 도출이 내달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한·미·일은 북한 계획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하며 발사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청와대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이는 한반도는 물론 이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국제사회는 북한의 행동을 무책임한 도발도 간주한다”고 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일본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본래 당연히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권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제한을 받고 있다”며 “북한이 기어코 위성을 발사하려 한다면 우리도 제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계획 발표는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요구를 또다시 위반하면서 국제법의 보편적 규정에 대한 도발적 무시를 과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청중·이우승·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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