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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소비자 불만 2위가 찬바람… 5년간 연구로 새 역사 써”

입력 : 2016-02-05 19:09:10 수정 : 2016-02-05 22: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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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무풍 에어컨’ 개발
김태덕 삼성전자 개발팀 수석
“냉방이 된 뒤 나오는 찬 바람이 싫어요. 남편이 있는 거실에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지만, 전 그 찬 바람이 싫어 아예 남편 옆에 앉아 있지도 않죠.”

주부를 대상으로 한 에어컨 부문 소비자 조사를 할 때면 매년 가장 많은 불만 가운데 하나는 냉방 뒤에도 계속 나오는 찬 바람이었다.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요구에 답을 내놔야 했다. 이는 1902년 미국 윌리스 캐리어(Willis H. Carrier)가 처음 발명한 이래 냉기를 바람으로 전달하는 에어컨의 114년 역사를 바꾸는 일이기도 했다.

2010년 어느 날. 김태덕(51)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수석은 동료들과 함께 답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선행 연구와 실험, 개발의 반복. 5년간 200명 이상이 참여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지난 1월 25일. 김 수석과 개발팀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소비자들의 오랜 니즈에 대한 답으로 ‘무풍(無風) 에어컨 Q9500’을 내놨다. 

김태덕 삼성전자 수석 엔지니어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개발팀 사무실에서 ‘무풍(無風) 에어컨 Q9500’의 혁신 스토리를 공개하고 있다. 그는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는 말에 “하는 일 자체가 힘든 에피소드였고 모든 것을 한단계 한단계 넘어서야 했다”고 회고했다.
삼성전자 제공
제품은 쾌적한 온도에 도달한 뒤 오랜 시간 실내를 시원하게 해줬다. 수많은 ‘마이크로 홀(미세 홀)’에서 냉기를 내보내는 방식이지만, 낮은 풍속 덕에 바람을 느낄 수 없었다.

혁신이었다. 실제 무풍 에어컨을 위해 글로벌 특허가 11건이, 국내 특허와 합치면 수십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114년 에어컨 상식을 깼다”는 서병삼 삼성전자 부사장의 환호가 과언이 아니었다.

김 수석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풍 에어컨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최소 5년간은 문제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혁신 스토리를 공개했다.

김 수석은 1989년 입사한 이래 27년째 인버터 에어컨에만 매진해온 ‘삼성 인버터 에어컨의 역사’로 불린다. 하지만 개발팀에게 공을 돌렸고, 사람이 아닌 제품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풍 에어컨의 원리나 특징을 설명해달라.

“원리는 처음 강력한 냉방으로 적정 온도에 도달하면 이후에는 강력 냉방을 피하고 13만5000개의 미세홀로 냉기를 내보내는 거다. 에어컨의 바로 앞에서 손을 대면 바람을 느낄 수 있지만 보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무풍’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학술적인 용어는 스틸 에어(Still air)인데, ‘정체 공기’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미국 냉공조학회(ASHRAE)는 초속 0.15m/s 이하의 바람을 ‘스틸 에어’로 규정한다. 스틸 에어를 찾아보면 ‘무풍’으로 나와 무풍이라고 쓸 수 있었다.”

-왜, 언제 무풍 에어컨을 고민하게 됐는가.

“매년 주부를 대상으로 에어컨 관련 소비자 조사를 하면 절전을 많이 요구했고 그다음으로 ‘찬 바람이 싫다’는 거였다. 가장 많이 쓰는 소비자인 가정 주부가 싫다고 한 거다. 2010년부터 어떻게 하면 찬 바람을 없앨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고민은 어떻게 해결한 건가.

“처음엔 기류에 의한 불쾌감이 없으면서도 온도 균일성이 확보되는 복사 냉방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선행 연구를 지속했다. 벽면 전체를 에어컨으로 만들어봤지만 재료비가 기존보다 수십 배나 들어맞지 않았다. 바람을 순환시키되, 소비자가 느끼는 바람을 없애는 방법으로 선회하게 됐다.”

-구체적인 연구 개발 과정은.

“2013년 5월쯤 패브릭(Fabric) 소재를 이용한 캔버스형(가로 세로 2*2미터) 에어컨을 구현했다. 바람은 있지만 소비자가 느낄 수 없는 바람이 나왔다. 반응이 좋았다. 현미경으로 패브릭 천을 분석, 사각형의 한 면의 길이가 1mm 이하, 개구율 40%라는 현재의 미세홀 사이즈 및 간격에 방향성을 확보했다. 천으로 에어컨을 만드는 건 문제가 많아 메탈 금속으로 하게 된 거다.”

-무엇을 혁신했다는 것인가.

“그동안 많은 제조사들은 찬바람을 없애기 위해 바람의 세기만을 조절하려 했다. 하지만 우린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던 바람길(流路) 구조를 바꾸면서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무풍을 실현했다. 그런 점에서 감히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에어컨은 1902년 미국 캐리어 박사에 의해 처음 발명됐다. 그는 대형 건물용으로 개발했는데, 일본은 가정용 에어컨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냉방만 되던 걸 냉난방 모두 가능하게 했고, 1980년대엔 일본에서 인버터 에어컨이 만들어졌다.

-중간에 어려운 건 없었나.

“무풍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접근이 가장 어려웠다. 이를 위해 바람문이 열렸을 때와 닫혔을 때 유로를 다르게 했다. 즉 바람문으로 찬 바람이 나올 때는 강력하게 유선형으로, 무풍으로 할 땐 미미하게 나와야 했다. 또 메탈 패널은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만 만나면 이슬이 맺히는 문제가 있었다. 오디오 스피커 방식으로 미세홀을 가공하게 됐다.”

-구멍은 왜 13만5000개인가.

“아파트가 50평일 때 대략 13평 정도가 되는 거실에 맞는 규정 냉방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13만5000개의 홀이 필요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겨울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하는 서빙고에 보관된 얼음 수(13만4974개)와 거의 같더라(웃음).”

김 수석은 인터뷰 직후 다시 세계를 겨냥한 다음 혁신을 준비했다. 삼성이 룸 에어컨을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건 1974년의 일이었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후발 업체죠.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분발해야 합니다. 이제 점프 업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수원=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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