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이 백두산 지역에 미치는 영향 측정한 첫 연구"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17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화산의 지진동과 동적 응력변화 예측'이라는 논문에서 북한이 더 큰 규모의 핵실험을 진행하면 백두산 화산이 이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북한이 2006년, 2009년, 2013년 3차례 진행한 핵실험 당시 실측 자료를 이용해 규모 5.0∼7.6의 가상 인공지진 파형, 지진에 따른 흔들림을 나타내는 지진동, 지진파 진행 방향으로 지각에 가해지는 압력인 응력 변화 예측치를 도출했다.
이런 가상 수치를 산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원 수치와 지각 구조를 입력하는 모델링이지만, 백두산 일대 지각 구조를 알 방법이 없어 신뢰성이 의심됐다.
연구팀은 지각 구조를 변수에서 배제하는 대신 2차 핵실험 실측 자료를 토대로 3차 핵실험의 지진동 등 수치를 가상으로 산출하고, 이를 3차 핵실험 당시 실제 측정된 수치와 비교해 만족할 만한 신뢰도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향후 규모 7.0의 인공지진을 일으키는 핵실험이 진행되면 백두산 마그마방 내에 최대 120㎪(킬로파스칼)의 동적 응력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과거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를 2006년 4.3, 2009년 4.7, 2013년 5.1으로 봤다.
지진파로 마그마방 내 응력변화가 유도되고, 그에 따라 마그마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형성돼 화산 분화가 촉발되는 현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기포 형성은 1㎫(메가파스칼=1천㎪) 이하의 응력변화에서도 가능한데, 북한 핵실험은 수백㎪에 이르는 응력변화를 발생시킬 수 있어 백두산 화산 분화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북한 핵실험장과 백두산 간 거리는 116㎞다. 이는 중규모 이상 지진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백두산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분화했으며 마지막으로 분화한 때는 1903년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상태가 다소 불안정했고, 지금도 맨틀에서 올라온 가스가 측정되거나 화산 열기로 고사목이 많은 등 활화산의 특성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
홍 교수는 "1∼3차 핵실험 실측 자료를 이용해 정확한 지진동 값을 예상하고 미래에 더 큰 규모의 핵실험이 발생했을 때 값을 추정한 것"이라며 "핵실험이 백두산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측정한 최초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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