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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동탄 센트럴파크에서 만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5) 대한육상경기연맹 홍보이사는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착용한 선수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지금의 한국 마라톤은 위기다. 육상 전 종목에서 선수의 대가 끊겼다. 후배들이 보다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한다”며 따끔한 충고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이사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한국은 여전히 육상의 불모지다. 이 이사가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메달을 딴 뒤로는 20년 동안 아직 메달이 없다. 육상 관계자들조차 오는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서 기대를 걸 만한 종목이 전혀 없다며 고개를 저을 정도다. 지난해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12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지만 남자 경보 20㎞의 김현섭만이 10권에 진입했다. 한국 단거리 기록 보유자 김국영(25·100m 10초16)도 올림픽에 나서지만 메달권과 거리가 멀다.
육상연맹이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자인 로야나에 에루페(케냐)의 귀화에 최근까지 열을 올린 것은 국내 선수만으로 국제대회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이런 육상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 홍보이사는 “오죽하면 케냐 선수를 귀화시켜서 뛰게 할 생각을 하겠나.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며 “유망주를 적극 발굴해 국제대회서 한국의 위용을 떨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적인 육상선수를 육성하려면 무엇보다 생활체육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이사는 2009년 선수생활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가 운동했을 때는 육상 선수층이 두꺼웠다. 그렇지만 일부 스타 선수들이 선전하는 동안 후배 양성에는 소홀해 점점 선수층이 얇아졌다”며 “생활체육을 강화해 유망주를 양성해야 한다. 요즘 학교에선 체육시간을 등한시하고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육상은 점점 낙후하고 아이들이 흥미를 붙일 기회가 없어 유망주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봉주 대한육상경기연맹 홍보이사(가운데)가 22일 경기도 동탄 센트럴파크 운동장에서 야외 수업 중인 숲속초등학교 학생들과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은퇴 당시 ‘마라톤을 평생 떠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홍보이사는 은퇴 후 주중에는 학교에서 강연하고 주말엔 국내 마라톤 대회에 얼굴을 비추며 마라톤을 홍보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이 이사는 고등학교 때 육상에 입문한 ‘늦깎이’지만 남다른 노력과 끈기로 국내외 마라톤 대회 11차례 우승에 빛나는 입지전적 선수가 됐다. 그는 “어린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마라톤에 필요한 끈기를 주문한다. 정신력이 돋보이는 선수와 마음에 맞는 팀이 있다면 언제든지 감독으로 나서 적극 지도할 작정”이라고 지도자 생활의 포부를 밝혔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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