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을 수 있을까 걱정이네요.” “우리 애는 떨어졌어요. 다른 곳도 어려울 것 같아요. 집에서 데리고 있는 수밖에 없네요.”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부모의 대화가 아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대화다. 고등학교 졸업일이 다가오는 시점부터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3년에서 5년 주기의 ‘입소지옥’을 겪는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해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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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의 선택지는 세 가지뿐이다. 특수학교 내 전공과에 진학하거나 직업재활훈련시설 또는 주간보호센터로 가는 것이다. 전공과에서는 고등학교 과정 졸업 후에도 2년간 직업재활훈련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기능 교육을 받는다. 학교당 1~2반, 10여명씩 제한을 두고 있어 갈 수 있는 인원은 2%인 4000여명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2014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17.1% 정도다. 월평균 급여는 51만원. 발달장애인은 전체 15개 장애유형 중 임금은 가장 낮고 근속기간은 가장 짧았다. 직장에 취업한 이후에 생기는 문제나 퇴직한 이후의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도, 고려하지도 않는다.
직업재활시설에 가지 못할 정도로 기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들은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시설에 간다. 그마저도 자리가 있을 때 이야기다. 단순히 돌봐주는 보호시설마저도 수용 인원이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무연고자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입소가 어렵다.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발달장애인을 받아주지 않기도 한다. 장애인복지사업이 대폭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입소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주간보호시설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을 이용하고, 취업자를 뺀 80%가량의 성인 발달장애인은 오갈 데가 없다. 부모가 24시간 돌볼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적장애의 경우 65.3%는 주로 부모가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었고, 자폐는 부모가 돌보는 비율이 82.9%에 달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생활이 어려운 가정이거나 한부모가정일 경우 더욱 암담하다. 부양의무제에 따라 소득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1급 중증장애인이라도 기초급여 대상이 안된다. 아이를 두고 일을 나갈 수도 없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가정이 모든 부담을 떠맡게 된다.
아이의 덩치는 커지지만 부모는 늙어간다. 극단적 선택은 발달장애인 가정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우울지수는 일반인의 3배가 넘는다. 학령기 동안 그나마 체계적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조금씩 나아지던 발달장애인들은 사회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퇴행한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십수년간 해왔던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돼 버리는 셈이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지자체들의 세부지원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체 등록장애인의 8%에 불과한 데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94억4000만원으로, 당초 법 제정 당시 추계한 예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서비스가 양적·질적으로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권오형 중앙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맞는 직업과 거주형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스스로 돕는 발달장애인 자조단체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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