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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5일 北 발사 미사일, 노동과 스커드 콜라보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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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1 08:00:00 수정 : 2016-09-10 14: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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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일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해 1000㎞를 비행한 직후 이 미사일의 종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을 개량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군사전문가들은 베일에 싸여 있던 스커드-ER(사거리 1000㎞)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운영하면서 이와 유사한 스커드-ER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북한이 발사 다음날인 6일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과 영상은 북한 미사일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5일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1000㎞를 날아 일본과 가까운 동해상에 떨어졌다. 조선중앙TV 캡처
◆ 의문 증폭시킨 북한 매체의 보도


북한은 6일 오전부터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주요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전날 이루어진 미사일 발사 모습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의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훈련은 실전 배비한 성능개량된 탄도로켓의 비행 안전성과 유도 명중성을 비롯한 신뢰성을 재검열하고 화성포병 부대들의 실전 능력을 판정 검열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훈련에서는 화성포병부대들의 로켓 실전운영 능력과 탄도로켓들의 전투적 성능이 완벽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통해 최고사령관 동지의 현명한 영도 밑에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적들에게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군종으로 강화 발전된 화성포병부대들의 군사적 위력에 만천하에 과시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발사 훈련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면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의 뇌성으로 장엄한 서막을 열어제낀 역사적인 올해에 다계단으로 일어난 핵무력 강화의 기적적 성과들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5일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에서 탄도미사일을 3발을 발사했다. 그 중 2발은 거의 동시에 발사돼 연속 발사능력을 입증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노동신문은 1면에 사진 9장을 게시했으며, 조선중앙TV는 고속도로에 배치된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 3기가 잇달아 하늘로 날아가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5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합동참모본부는 개량형 노동미사일로 추정했지만 노동미사일과는 다른 특징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선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바퀴 숫자가 노동미사일 발사차량과는 달랐다. 지금까지 공개된 노동미사일 발사차량의 바퀴 수는 10개였다. 반면 6일 북한이 관영 매체에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 나온 발사차량의 바퀴 수는 8개였다. 북한에서 바퀴 수가 8개인 발사차량은 스커드 계열이 유일하다.

탄두 모양도 다르다. 7월19일 발사된 노동미사일은 탄두가 젖꼭지 형태에 가까웠다. 반면 지난 5일 발사된 미사일은 스커드-C와 유사한 원뿔형 탄두를 갖고 있었다. 특히 탄두부와 본체의 접합부가 움푹 들어간 것이 식별됐는데, 이는 북한 미사일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다. 원뿔형 탄두는 끝이 뾰족하고 경사진 형태로 대기권 재진입 때 젖꼭지형보다 낙하 속도가 빠르다. 속도가 빠르면 요격미사일로 격추하기 어렵다. 대신 탄두 마찰열과 진동은 훨씬 커진다.

◆ 북한 미사일 개량 포인트, 이란 샤하브-3에도 있어 

이란의 샤하브-3 탄도미사일. 탄두 형태가 다른 버전이 3개 있다. 그 중 가운데와 맨 아래 미사일은 탄두 모양이 각각 노동미사일과 지난 5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거의 일치한다.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이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한과 이란은 예전부터 군사 분야 기술 교류가 활발했다. 양국 과학자들이 수시로 오가는 과정에서 핵과 미사일 관련 교류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샤하브-3 탄도미사일이다. 파키스탄의 가우리 미사일과 더불어 노동미사일의 또다른 형제로 불리는 샤하브-3는 실전배치 이후 여러 차례 개량을 거듭했다.

특히 탄두 부분에 개량이 가해졌는데, 탄두의 변화 과정이 노동미사일과 매우 유사하다. 처음에는 스커드와 동일한 원뿔형이었으나 젖꼭지형으로 달라졌고, 나중에는 탄두부와 본체 접합부분이 움푹 들어간 변형된 형태의 원뿔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북한이 지난 7월19일 발사한 노동미사일과 이달 5일 발사한 미사일의 탄두 형태와 거의 동일하다. 군 당국과 군사전문가들은 노동미사일도 샤하브-3와 동일한 3종류의 탄두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샤하브-3 개량과정에서 적용된 기술이 북한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란 샤하브-3 미사일에 일부 개량이 이루어진 이마드 미사일.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 탄두에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날개가 붙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무수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그리드 핀(Grid Pin)이라는 보조 날개를 붙여 비행 안전성을 확보한 북한이 다른 미사일에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

이란은 이미 샤하브-3에 보조 날개를 장착했다. 영국의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는 “지난해 10월 14일 이란이 명중률이 향상된 ‘이마드’(Emad)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며 이 미사일은 샤하브-3의 탄두 부분에 소형 날개에 부착된 개량형이라고 보도했다.

◆ 스커드+노동미사일인 스커드-ER 가능성

북한에서 미사일을 다루는 전략군의 핵심인 스커드는 기본적으로 130㎞를 비행하도록 제작됐다. 이후 사거리를 300㎞(스커드-B), 600㎞(스커드-C)로 연장한 모델들이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할 때는 연료탱크 길이를 늘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전체 길이가 약간 늘어나 미사일 외형도 변화한다.

미사일 외형이 바뀌면 공역학적 특성과 무게중심이 달라져 명중률이 떨어진다.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가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를 600㎞로 연장한 알 후세인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알 후세인 미사일은 다국적군이 주둔한 사우디아라비아로 46발이 발사됐지만 10발만이 피해를 입혔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심한 공중회전 때문에 대기권 재돌입 과정에서 탄두와 몸체 사이가 부러져 쪼개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KN-02 미사일. 노동신문
이란과 군사교류가 잦았던 북한은 알 후세인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스커드-ER의 탄두와 몸체 사이의 접합 부분을 강화하고 공중회전을 막아 명중률과 비행안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사거리와 구성체계가 유사한 노동미사일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노동의 쌍둥이 격인 이란 샤하브-3에 적용된 것처럼 탄두부와 본체의 접합부를 움푹 들어가게 하고 탄두부에 소형 보조날개를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은 국내외에서 수집된 자료와 노동미사일의 기술을 결집해 만든 스커드-ER일 가능성이 높다. 스커드-ER이 실전배치되면 노동과 더불어 일본 내 주일미군 기지 공격이 가능하다. 한반도와 가까운 기지는 스커드-ER로 타격하고 도호쿠 등 먼 곳에 위치한 기지는 노동으로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과 스커드-ER을 같은 목표를 향해 동시 발사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을 돌파하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스커드-ER은 명확한 실체가 불분명한 미사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스커드-ER이 실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수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스커드-ER의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북한이 공언한 핵 투발수단의 다양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스커드-ER의 존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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