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통산 600호 홈런은 한국 야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통산 600호 홈런은 같은 리그에서 때려낸 것이 아닌 합산 기록이기 때문에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600호 홈런의 가치를 크게 폄하할 수 없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경기력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산 600홈런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단 8명의 선수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배리 본즈(762개), 행크 아론(755개) 등 전설적인 강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도 오 사다하루(868개)와 노무라 가쓰야(657개) 두 명밖에 넘기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일 통산 600호 홈런은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프로야구에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귀감으로 남는다. 600홈런은 투고타저 시즌에 홈런왕 타이틀을 노려볼 수 있는 30홈런을 20년 동안 쉬지 않고 때려내야 도달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극강의 장타력과 더불어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고지다.
이승엽은 편법 없이 정직한 승부로 후배들의 본보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승엽은 2013시즌에 13홈런에 그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다음 시즌부터 기존의 방망이를 세우는 타격 준비 자세를 방망이를 눕히는 자세로 바꿨다. 또 타석에서 두 발의 보폭을 좁혀 스윙 궤적을 간결하게 했다. 노화에 따라 근력이 떨어진 부분을 인정하고 정확한 타격으로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이승엽은 2014시즌 32홈런을 쏘아 올리며 완벽하게 부활했고, 지난 시즌엔 프로야구 전인미답의 40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렇다면 600호 홈런볼의 금전적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는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시즌 70호 홈런볼이 300만 5000달러(약 33억원)에 거래됐다. 2003년 이승엽 본인이 쳤던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볼은 국내 시장에서 1억여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 타이기록인 55호 홈런볼은 경매가가 1억 25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600호 홈런공 습득자에게 기증유무를 떠나 태블릿PC와 함께 2017시즌 시즌권 2매, 이승엽 친필 사인배트, 시상식 당일 시구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기증은 본인 의지에 달린 것이다.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홈런볼에 대해 금전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며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보다는 진정 야구를 즐기는 팬이 습득자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이승엽의 프로야구 400호 홈런볼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기간에 인터넷 경매에 잠시 올라왔으나 곧 글이 삭제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해설위원은 “600호 홈런이 경매가로 치자면 최소 1억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도 “역사적인 기념볼이 고가의 경매품으로 여겨지는 인식은 바뀌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준혁 해설위원도 “600호 홈런이 비공식 기록이지만 자랑스러운 한구 야구의 발자취다.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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